'이혼도 능력'은 옛말⋯아내 능력 있을수록 남자가 참고 산다

인구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신혼이혼, 아내 지위 높을수록 결혼생활 길어져

▲이혼 건수와 조이혼율, 혼인 지속 기간별 이혼 구성비를 나타낸 이 그래프는 2024년 기준 중년·황혼이혼 증가와 신혼이혼의 변화 등 연령별 이혼 양상의 통계적 흐름을 보여준다. (자료=국가데이터처)

‘황혼이혼은 아내가 참는 집, 신혼이혼은 아내가 버는 집에서 더 늦게 온다.’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황혼이혼’ 부부들의 동거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혼이혼 부부들은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동거 기간이 길어졌다.

본지는 8일 통계청 2022~2024년 ‘인구동향조사(이혼)’ 마이크로데이터를 결합해(결측값 삭제) 부부의 이혼 시점에서 남편·아내의 학력·직업을 조합한 ‘경제·사회적 지위’가 동거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회귀분석)했다. 이혼 부부의 코호트를 아내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1969년 이전 출생자, 1970년대 출생자, 1980년대 출생자, 1990년 이후 출생자 등 4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황혼이혼에 해당하는 1969년 이전 출생자 집단은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남편·아내 간 지위 차이가 동거 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아내의 결혼연령과 남편·아내 간 연령차, 이혼 종류(협의·재판)를 통제한 분석에서 2~7점으로 구성된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1점 높아질수록 동거 기간은 1.7년씩 감소했다. 아내의 경제적 자립 가능성이 클 때 이혼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또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남편보다 1점 낮을 때 동거 기간은 0.7년 짧아졌는데, 이는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는 가사·육아를 전담하는’ 가부장적 가정 내 성역할과 위계적 부부관계가 이혼의 촉매제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반면, ‘중년이혼’에 해당하는 1970·1980년대 출생자 집단에선 아내·남편 간 경제·사회적 지위 차이가 동거 기간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무의미했다. 다만, 아내의 지위는 여전히 동거 기간을 단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70년대 출생자 집단에서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1점 높아질 때 동거 기간이 0.2년씩, 1980년대 집단에선 0.1년씩 감소했다.

‘신혼이혼’인 1990년대 출생자 집단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1점 높아질수록 동거 기간이 0.3년씩 연장됐다. 달리 표현하면 아내의 소득 활동으로 가구의 경제 상황이 안정됐을 때 이혼이 미뤄진단 의미다. 이는 2020년 이후 집값 급등에 따른 혼인·주거비용 급증과 채용 관행 변화에 따른 청년 취업난 심화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혼 종류와 아내 결혼연령, 남편·아내 연령 차이, 남편·아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이혼 부부의 동거 기간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중년·황혼이혼에선 이들 변수가 동거 기간을 70~80% 설명했으나, 신혼이혼에선 설명력이 30%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는 신혼이혼의 배경이 중년·황혼이혼보다 복잡·다양하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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