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 뺑끼 알아듣는 AI…HD현대 노하우 녹여 초격차 확보” [이슈앤인물]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
자체 번역기 만들고…탈탄소 규제에도 AI로 대응
HD현대, 대표 직속 ‘AIX추진실’ 신설하며 박차
“범용 AI아닌 HD현대 특화 AI 개발 목표”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HD현대GRC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조선소에서 ‘족장 좀 올려라’, ‘뺑끼 한 번 더 쳐라’는 말은 작업자라면 누구나 알아듣지만, 인공지능(AI)에는 전혀 다른 언어였습니다. 번역기는 작업할 때 쓰는 발판을 뜻하는 ‘족장’을 부족장으로, 선박 표면 페인트칠을 말하는 ‘뺑끼’를 도망치다는 뜻으로 번역했죠. 작업 용어를 일일이 모으고, 검수하고, 영암 사투리를 직접 녹음해 주신 현장 작업자들이 있었기에 HD에이전트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배를 지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조선소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약 80% 수준. 하지만 언어와 작업 지시가 비표준화돼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 현장에서는 안전과 품질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HD현대는 현장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AI에서 해법을 찾았다. 외국인 근로자의 의사소통을 돕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자체 번역기 ‘HD 에이전트(HD Agent)’ 얘기다.

현장 고민 해결에 초점...조선소 수없이 오가며 완성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AI 전환(AX) 전략’을 실무에서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AI·디지털 전환을 조선·에너지·신사업 등 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못 박고, AI 조직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는 등 전례 없는 결단을 이어가고 있다. 이 팀장을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만났다.

이 팀장은 HD 에이전트 구상 단계부터 개발에 참여했다. 바로 현장에 적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AI가 어떤 것일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영암과 울산 조선소를 수도 없이 왕복하면서 취합한 현장 은어, 선박 건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작업 지시 문장은 물론이고 국가 표준 조선 용어 1만3000개와 작업 지시 문장 4200개를 학습 시켰다. HD 에이전트는 17개 언어 간 번역도 지원한다. 지금은 조선소 노동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을뿐 아니라 해외, 그리고 조선이 아닌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서비스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문의가 올 정도다.

이 팀장은 “2개 조선소에 있는 외국인 인력만 1만 명이 넘는데, 예전엔 구글·파파고로 대충 번역해 쓰다 보니 품질 저하 구간이 분명히 있었다”며 “지금은 작업 지시뿐 아니라 일상 소통까지 HD 에이전트를 쓰면서 ‘이렇게 잘 쓰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HD현대GRC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HD현대, 그룹 AI 컨트롤 타워 설립...“범용 아닌 산업 특화 AI 목표”

AI는 모든 기업의 화두다. HD현대의 AI는 무엇이 다를까. 그는 HD현대의 AI 전략을 “범용 AI와 경쟁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특화 AI를 만드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 팀장은 “조선·건설기계·로보틱스처럼 초정밀·초대형 시스템이 필요한 분야에 HD현대가 축적한 도메인 지식을 AI에 녹여내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또 경영진의 전폭적 지원도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HD현대는 지난 3일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는데 AI 전환 가속화를 골자로 향후 5년 내 그룹 매출 100조 원 달성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또 최근 그룹 내 AI 기능을 통합한 AIX추진실을 신설하고,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직속 조직으로 재편했다. 의사 결정과 과감한 예산 집행을 통해 그룹의 AI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이 팀장은 “기술 개발부터 사업 적용까지 경영진이 직접 챙기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HD현대의 AI 적용 범위는 조선소를 넘어 선박 전 생애 주기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항해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다. 오션와이즈는 선박의 위치·속도·연료 소모량·해류·풍속 등 운항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항해가 반복될수록 성능이 고도화되는 ‘자기 학습형 AI 플랫폼’을 지향한다. 약 10만6000km에 이르는 항해에서 성능 시험을 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기준 평균 5.3% 연료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연간 1만t(톤)의 연료를 쓰는 선박 한 척이 약 3억5000만 원을 아끼는 셈이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도 AI로 가능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시행하는 선박 탈탄소화 규제 ‘FuelEU Maritime’ 등 새로운 규제에 맞춰, 오션와이즈에 디젤·바이오연료 혼합 등 다양한 연료 믹스별 경제성과 탄소 비용을 사전에 계산·비교하는 시뮬레이션 기능을 넣었다. 선주 입장에서는 선박 운항 전에 연료 조합별 탄소 비용과 경제성을 미리 예측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다.

K조선이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적지 않다. 조선 발주 사이클 둔화, 미국·유럽·중국 등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거센 추격이 대표적이다. 이 팀장은 “한국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불확실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AI가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져 모두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이사
권오갑, 정기선
이사구성
이사 5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5.12.04] 풍문또는보도에대한해명(미확정)(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2025.12.02]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대표이사
정기선, 김성준 (각자 대표이사)
이사구성
이사 5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5.12.02]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2025.12.01] 지주회사의자회사탈퇴

대표이사
이기동
이사구성
이사 6명 / 사외이사 4명
최근 공시
[2025.11.27]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분기별공시(개별회사용)]
[2025.11.14] 분기보고서 (2025.09)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