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임기 수익률, 시장 평균 대비 7.4%p 저조
“부메랑 CEO는 중장기플랜 부실 신호”

리더십 격변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과거 최고경영자(CEO)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부메랑 CEO’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에서 부메랑 CEO 등용 사례가 올 들어 S&P1500지수 소속 기업 중 총 22개사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메랑 CEO의 재집권은 밥 아이거를 다시 불러들인 디즈니, 창업자 마이클 델이 돌아온 델테크놀로지스와 같은 유명 대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소매·주택건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들이 승계 계획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혼란기에 들어선 회사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전 CEO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부메랑 CEO와 함께 침체하던 회사를 반전시켜 최고의 회사로 다시 올라선 사례도 있다. 애플은 1997년 고(故) 스티브 잡스를 다시 CEO로 복귀시켰다. 그가 론칭한 아이폰 시리즈와 함께 애플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다만 대체로 부메랑 CEO의 복귀 성적은 첫 임기 대비 좋지 못하다. 임원 채용 전문기업 스펜서스튜어트에 따르면 부메랑 CEO들은 첫 임기에 회사 주가 수익률이 시장 대비 연평균 5.5%포인트(p) 높았지만 두 번째 임기에는 오히려 평균보다 7.4%p 낮은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상당수 투자자는 회사가 부메랑 CEO를 임명하는 것은 장기적인 승계 계획과 중장기 플랜이 부실하다는 신호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밥 맥코믹 미 기관투자자협의회 이사는 “기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다시 찾는 것은 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도 “회사가 제대로 된 장기 승계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로선 장기 비전을 함께할지 확신하기 힘든 부메랑 CEO에게 거액 보상을 제공하는 것 역시 불안 요소다. 준 프랭크 ISS 코퍼레이트 경영 자문·거버넌스 부문 대표는 “부메랑 CEO들이 단기 재임이 아닌 영구 복귀라면 명확한 성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과도기적 역할이라면 불필요한 장기 인센티브 지급은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올여름 미국 최대 의료보험업체 유나이티드헬스에서 ‘부메랑 CEO’로 복귀한 스티븐 햄슬리의 6000만 달러(약 880억 원) 규모 스톡옵션은 주주총회에서 승인됐지만, 주주의 약 3분의 1이 반대표를 던지며 적잖은 반발을 낳았다.
제임스 시트린 스펜서스튜어트 CEO 서치 부문 책임자는 “대부분 기업은 향후 2~3년을 버티기 위한 단기 옵션으로 부메랑 CEO를 영입하는 경향이 짙고, 기본적으로 장기 계획 수립 전 과도기를 지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