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47점·영어 난도 급상승…상위권 전반 급감
사탐 고득점자 급증…정시 경쟁 치열해질듯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와 영어의 난도가 동시에 상승해 ‘역대급 불수능’인 것으로 드러났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쳐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전 영역을 통틀어 가장 낮았고, 국어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보다 8점 오른 147점을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4일 발표한 채점 결과 전 과목 만점자는 5명으로 지난해(11명)보다 6명 줄었다.
국어는 고득점대가 크게 줄며 최상위권에서 결정적 변별력으로 작용했다. 표준점수 최고점자 수는 261명으로 전년(1055명)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 만점자가 극히 적어 국어를 잘 본 학생이 의대 및 최상위권 대학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며 “올해는 수학에서의 실수도 국어 점수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전년보다 1점 낮았으나 최고점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 변별력을 유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만점자라 하더라도 국어 고득점자에게 밀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정시 최상위권의 핵심 축은 국어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영어는 절대평가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변별력이 높아졌다. 영어 1등급 비율이 전년(6.22%)의 절반 수준인 3.11%로 떨어지며 상위권에서도 2등급 이하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올해 영어는 감점 수준이 아니라 당락을 좌우하는 킬러 과목이 됐다”며 “수시 최저학력기준 미충족자가 증가해 정시 이월 인원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영어 등급 간 점수 차가 큰 대학에서는 지원 전략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탐구 영역에서는 사탐과 과탐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렸다. 사회탐구 2등급 이내 인원은 7만961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과학탐구는 3만7308명으로 25.3% 감소했다.세계지리(73점)와 한국지리(72점)가 사탐 내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기록한 반면 지구과학Ⅰ은 68점에 그쳐 사실상 사탐 만점자가 과탐 일부 과목 만점자보다 더 높은 표점을 받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 소장은 “‘과탐을 하면 표점에서 유리하다’는 공식이 올해는 완전히 흔들렸다”며 “지구과학Ⅰ은 너무 쉽게 출제돼 많은 자연계 학생들의 불리함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생명과학Ⅰ은 만점자가 전국 37명뿐이어서 의대 지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대표 역시 “사탐 고득점자가 크게 늘며 정시에서는 지난해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처럼 국어·영어·탐구 간 난도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는 단순 표준점수 합산만으로는 전략을 세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정시는 국어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며 “영어 반영 방식, 탐구 변환표준점수, 대학별 가산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도 “영어 3등급 비중이 높아 중상위권의 ‘인서울’ 전략이 복잡해졌다”며 “중앙대·서강대처럼 영어 비중이 낮은 대학에는 지원자가 몰릴 수 있어 경쟁률 급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6학년도 입시는 ‘사탐런’ 학생들의 전략적 승리 가능성이 크지만, 정시 원서 접수 전 수시 이월 인원과 대학별 탐구 변표 확인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