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투자 실적 전무... 전남·전북·제주 20억 그쳐
지역특화 ‘V-Launch’ 직접 투자도 1%대 미미

한국산업은행이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정부 정책과 달리 투자금을 사실상 서울에 ‘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집행된 국내 투자액 중 수도권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정부가 지방 정책금융 공급 확대를 외쳐 왔지만 정작 산은의 모험자본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브이런치(V-Launch)’ 등 각종 프로그램 실적도 미미해 정책 목표와 현장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 기준 산은의 국내 투자 집행액(본점 소재지 기준)은 총 2조44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투입된 금액은 2조1626억 원으로 전체의 88.4%를 차지했다. 반면 비수도권 투자액은 2841억 원(11.6%)에 그쳤다.
지역별 편중은 더 심각하다. 서울에만 전체 투자액의 74%에 달하는 1조8126억 원이 집중됐다. 경기도(3450억 원)와 인천(50억 원)을 합치면 수도권 집중도는 절대적으로 높다. 전북과 전남, 제주는 각각 20억 원에 그쳤다. 강원도의 경우 0원이었다.
산은 투자액은 정부 예산인 재정기금이나 시중은행을 거치는 온렌딩 대출을 제외한 고유계정의 ‘순수 모험자본’ 성격을 띤다. 산은은 직접 투자 외에도 혁신성장펀드 등 정책펀드 출자(LP)나 대규모 인프라 사업 지분 참여 등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산은이 지역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은은 2023년 5월부터 동남권 지역혁신기업 투자유치 지원 프로그램인 브이런치를 운영 중이다. 산은이 2년간 브이런치를 통해 직접 투자한 금액은 435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전체 투자액(2.4조 원)의 1.7% 수준이다.
올해 산은이 새롭게 15% 이상 지분을 확보해 편입한 기업들의 소재지도 수도권에 치우쳤다. 산은의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편입된 전자부품 A기업과 철도차량 부품 B기업 모두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정부가 2028년까지 산은을 포함한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금융 공급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도권 투자 쏠림 현상이 산은의 의지 부족 만이 아니라 지역 사업 계획 부실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컨대 지방에서 올라오는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사업 계획을 보면 정작 시설을 사용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며 “수도권은 임차 확약이 없어도 기업들이 줄을 서는 반면 지방은 수요 확보조차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이라 해도 불확실성이 큰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면서 “지방 투자 건에 대해서는 감사 면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파격적인 성과 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