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논의…금융위는 “확정된 바 없어”
RWA·국가별 펀드 결합 시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 수요 확대 전망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국의 통화 주권을 지킬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견해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물자산 토큰화(RWA) 생태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3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주최한 ‘디지털자산 정책 대전환 세미나’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경제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인프라”라며 “도입 지연은 외환·통화·데이터·핀테크·콘텐츠 등 산업 전반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장 실행력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달러 중심의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이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빠르게 심화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통화 주권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날 코인게코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전체의 97.4%를 차지했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디지털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규제를 마련했다. 일본은 2023년 개정 자금결제법을 시행해 신탁은행·은행·자금이체업자에 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합법화했고,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시장법(MiCA)을 통해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하는 한편 역외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도 제도 설계가 본격 논의되는 분위기다. 1일 당정 협의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한국은행·금융위·은행권 간 입장을 조율해 은행 중심 컨소시엄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강준현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는 “10일까지 정부안 제출을 목표로 한다”라며 정부안이 지연될 경우 간사 주도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확정된 바 없다”라며 신중한 견해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통화 주권을 지키는 전략적 과제이며, RWA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만 있으면 실제로 결제할 자산이 없어 활용이 제한되고, RWA만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오프체인(블록체인 외부에서 이뤄지는 자산 보관·거래 방식) 리스크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RWA 시장은 이미 달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가 미국 국채 기반 토큰화 상품을 선보이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사실상 표준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강희창 포필러스 리드는 “예컨대 한국투자공사(KIC)나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펀드가 블록체인에서 운용된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만으로는 규제 회피가 불가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기관 시장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글로벌 유동성의 중심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유지하겠지만, 국가별 펀드와 결합한 토큰화 세틀먼트는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