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으로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보상 절차를 최대 1년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의 기존 병목이던 ‘보상 착수 지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첫 적용 지역인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일부 지구에서는 주민 반발이 거세 제도 개선 효과가 실제 현장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주택지구 보상 조기화를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공포·시행됐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자는 지구 지정 이전에도 토지조서·물건조서 작성과 협의매수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후보지 발표 직후 기본조사에 돌입할 수 있어 착수 시점이 최대 1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즉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에 적용된다. 국토부는 LH와 협력해 이달 중 보상 현장조사 용역 발주와 전담 보상팀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리풀지구는 지난해 11월 지난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신규택지 후보지로 선정한 지역이다. 발표 당시 강남권 입성을 희망하는 무주택수요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초구 원지동과 내곡동에 걸친 1지구와 우면동에 걸친 2지구로 나뉜다. 정부는 이곳에 공동주택 2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지구 지정, 2029년 착공 및 분양, 2031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배성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이번 법 개정은 공공주택지구 사업 과정에서 장기 지연되던 보상 절차에 보다 빠르게 착수하게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주민들께서도 보상소요 파악 등 보상 협의 개시 시점이 빨라지는 만큼, 보상 협의를 위한 기다림이 크게 줄어드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 절차 단축이 전국적인 속도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장 첫 적용지인 서리풀지구에서부터 지구 지정과 토지 수용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서리풀1지구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여한 대책위원회는 이달 중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군사시설보호구역·비행안전구역 규제로 재산권이 제한돼 왔는데 개발을 이유로 추가적인 수용까지 강행할 수는 없다”며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2지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LH가 지난달 개최하려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는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한 달 전 주민 설명회 역시 같은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2지구에는 최소 500년간 유지된 집성촌인 송동·식유촌과 신자 4000여 명이 소속된 우면동성당이 포함돼 있어 주민들은 마을 존치가 우선이라며 개발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현장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속도전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릉골프장·마포 서부면허시험장 등 과거 사례처럼 주민 반발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일정 차질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본지 자문위원)는 이번 개정에 대해 “안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며 “토지 보상 문제는 소유자 요구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충돌할 수밖에 없어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해 협의 지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결국 핵심은 토지 소유자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끼느냐의 문제”라며 “제도 개선은 첫걸음일 뿐, 보상 기준과 협의 절차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계하느냐가 주민 반발 완화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