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업 데이터로 기반 확보
“산업 생태계 전방위적 지원 필요”

‘피지컬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집중해야 할 전략 분야로 로봇·센서·소프트웨어 등 ‘3대 틈새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국내 생태계가 자동차·조선·2차전지 등 제조 강국으로서 축적된 고정밀 데이터와 고위험 공정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융합 역량으로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피지컬 AI 기술은 산업용 로봇 중심에서 고지능 센서, AI 제어 소프트웨어, 실시간 운영 플랫폼 등으로 가치 사슬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의 글로벌 밸류체인은 △로봇 하드웨어(기구·모터·감속기) △지능 센서·비전 시스템 △AI 제어·운영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국내 산업 생태계는 이에 적합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와 2차 전지 공정에선 수년간 쌓여온 공정 데이터와 엄격한 품질 기준이 존재한다. 이를 기반으로 AI 분석과 로봇 제어에 접목할 경우,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예지정비·품질 검사·공정 최적화까지 가능한 지능형 공장 운영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신뢰·고안전 로봇, 고급 센서·감속기·제어 알고리즘으로 AI 공장 운영 소프트웨어·플랫폼을 통합한다면 국내 시장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소·중견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AI 및 로봇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드는 설비비용과 인력 부담이 크고, 제조 현장의 데이터 정제·활용 인프라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 속 국가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범용 로봇의 대량 생산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의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AI 반도체, 플랫폼,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역량에 집중하는 구조다. 오픈AI, 구글, 엔비디아,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은 클라우드 기반 AI 학습·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범용 로봇 및 자율운영 시스템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이 고신뢰·고정밀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로봇·센서·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 세제 지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초기 비용 분담과 데이터 공유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수요 창출, 산업 융합, 글로벌 협력 강화라는 3대 축으로 K-로봇의 전략적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며 “로봇 산업은 단일 기업 차원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융합 산업이므로 반도체·장비·부품 등 기존 강점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