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Degrader-Antibody Conjugate)가 항암제를 포함한 항체 기반 신약 개발의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치료 효과는 끌어올리고 부작용은 낮출 수 있단 기대 속에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의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된 분야다.
3일 업계에 따르면 DAC는 항체에 단백질 분해 유도체(PROTAC)를 결합해 세포 내의 병리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Drug Conjugate)가 종양세포 내에 독성이 높은 약물을 방출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면, DAC는 특정 단백질 자체를 분해해 기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세포 전체를 공격하지 않고 독성 물질을 쓰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성 부담이 낮으며, 기존 약물로 공략이 어려운 표적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확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DAC 개발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뉴릭스테라퓨틱스(Nurix Therapeutics), C4테라퓨틱스(C4 Therapeutics), 프렐류드테라퓨틱스(Prelude Therapeutics) 등이 차세대 DAC 후보물질 도출에 나섰다. 노바티스, 로슈, 머크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DAC 분야에 손을 뻗었다. 다만 대부분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본격적으로 개화할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DAC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오름테라퓨틱으로, 세계 최초로 DAC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 진입시켰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ORM-6151’과 ‘ORM-1153’, 비소세포암 및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ORM-1023’ 등의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ORM-6151은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1억8000만 달러(약 2334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돼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CD123를 표적하는 항체에 오름테라퓨틱의 독자적인 GSPT1 분해 페이로드(SMol006)를 결합한 ORM-1153은 이달 6일부터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76차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ASH) 연례학술대회에서 전임상 연구결과가 공개된다.
후발주자로 나서는 기업들은 연구 협력에 적극적이다. 동아ST의 자회사 앱티스는 지난달 캅스바이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앱티스의 링커/접합 플랫폼과 캅스바이오의 분해약물 설계 역량을 결합, 고형암 및 혈액암 치료용 DAC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서다.
앱티스는 3세대 위치 선택적 링커 접합 플랫폼 ‘앱클릭(AbClick®)’ 기술을 기반으로, 항체에 분해약물을 정밀하게 접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캅스바이오는 공유결합 저해제 및 분자접착 분해제 개발에 특화된 신생 바이오벤처로, 자체 구축한 화학단백체학 플랫폼 ‘래피돔(RaPIDome)’을 통해 신규 타깃 발굴 및 분해기전 설계가 가능하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유빅스테라퓨틱스와 손잡았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발굴한 항체에 유빅스테라퓨틱스의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결합한다. 종양미세환경 내 암세포 증식과 면역기능 억제에 동시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