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신화’ 쿠팡, 고객 신뢰 빨간불⋯“보안구멍 원인, 빠르고 솔직하게 공개해야”[이커머스 보안 쇼크]

▲박대준 쿠팡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쿠팡 관련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에 참석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hyunho@)

쿠팡은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사 중 입지전적의 기업으로 통한다. 군소 플랫폼으로 시작해 유니콘기업으로 발돋움한 것도 모자라, 한국 기업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처음 상장한 사례가 됐다. 쿠팡은 적자 상태에서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이를 발판으로 급격히 성장, 국내 유통사 중 최초로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유통공룡'이 됐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보안구멍'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0년 8월 설립 이후 10년 넘게 적자 행진을 이어온 쿠팡이 눈에 띄게 실적 개선을 이룬 시점은 미국 나스닥 상장 때와 맞물려 있다. 2021년 미국에 상장한 쿠팡은 당시 약 84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 자금을 조달해 당시 알리바바 이후 가장 큰 외국기업 IPO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쿠팡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장한 유효 고객과 물류망은 자본시장에서 수십조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기폭제가 됐다.

쿠팡은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유독 앞만 보는 '공격적 투자'로 입지를 굳혀갔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계획된 적자'다. 쿠팡은 물류센터 확장과 마케팅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면서 매년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엄청났다. 2018년과 2019년에만 각각 1조 원과 1조50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쿠팡에 '경영유의' 조치까지 내렸다. 이후 쿠팡이 흑자 전환을 이룬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다. 비대면 소비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실적 상승을 견인한 2023년부터 쿠팡도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한국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대만까지 '로켓배송'을 이어간 쿠팡은 이번 사태로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빠른 배송과 간편결제·강력한 콘텐츠를 무기로 고객을 확장해온 쿠팡은 이제 개인정보 보호를 통해 '고객 신뢰' 회복이란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유출 규모가 3370만 명에 달해, 사실상 대한민국 4명 중 3명은 피해자가 됐으니 쿠팡으로선 전사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여기다 수 개월 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 여기에 피해자 대상 안내 공지도 지연된 점 등 소극적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투명하고 빠른' 의사결정,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이커머스업계도 보안문제 불똥이 튈라 노심초사다. G마켓과 롯데온, 11번가, 컬리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이번 사건 직후 자체 긴급 보안점검을 실시하고 후속 점검 방안 논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쿠팡이 최대한 빠르게 원인을 파악해 피해자(국민)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인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 기업으로서 가장 핵심 역량이 고객 데이터에 대한 관리와 배송ㆍ물류시스템인데 본질적으로 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1차적 문제"라고 짚었다.

이투데이 자문위원인 박경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도 "쿠팡은 사실상 미국 기업이라서 국내법체계를 기반으로 제재가 얼마나 가능할 지 여부는 살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소비재기업으로서 법적 규제보다 더 영향력이 큰 대목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이 상황 수습을 위해 최대한 빠르고 솔직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 교수는 "기업이 역대급 위기에 놓인 만큼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신속하게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특정 개인의 일탈 등으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방비했던 시스템관리 체계에 대해 사죄할 부분은 명확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에 걸맞은 재발방지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한 "국내 이커머스 1위로 입지가 굳건한 쿠팡 수준에서는 단순히 국내 법체계를 준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업계를 선도하는 정도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정보보안 투자와 내부관리체계 개편을 통해 전화위복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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