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의 은행권 제재를 계기로 파생상품 판매 체계 전반의 규제를 표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번 과징금 제재가 금융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일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홍콩 ELS 사태는 첫 리딩케이스라는 부분들이 있다”며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감독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ELS 사건은 구조가 복잡하고 손실 규모가 컸던 만큼 향후 고위험 파생상품 규제 틀이 이 사례를 기준으로 재정렬될 수밖에 없다”며 “판매 관행·내부통제·고객 설명의무 등 전 영역에서 제도적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추후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과도한 규제가 금융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ELS 관련 제재는 이미 사전통보된 상태지만 최종 결정은 금융위 심의 과정에서 시장 안정성·책임성·구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관·임원 문책 가능성 모두 검토되고 있으나 구체 제재 수준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과징금 액수나 경영진 제재 여부 못지않게 금융권이 우려했던 ‘규제 강도 유지 여부’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감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에 따른 2조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과도한 제재가 생산적 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알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사후 소비자 대응을 얼마나 성실히 했는지도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감경이나 재평가 여지가 열려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제재 이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의무가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판매 과정뿐 아니라 사후 대응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작동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번 제재가 ‘일회성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표준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금융사 부담이 과도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규제 목적은 금융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정책 목표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기능의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은 2021년 기준금리가 0%대에 머무는 초저금리 시기에 예대마진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원하는 고령자와 은퇴자를 대상으로 ELS 판매를 집중한 것으로 봤다. 상품의 위험도에 비해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