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72조원 강제 소각" 반대 입장
국힘 "포이즌필 등 동시 도입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공식화하면서, 12월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돼온 '자사주 마법'을 즉각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72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강제 소각은 기업의 팔다리를 자르는 격"이라며 반대 중이다. 국민의힘은 "실효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 없는 일방적 소각 의무화는 불가하다"며 '동시 입법'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해, 연말 여야의 대립 구도가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24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포문을 열었다. 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내, 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내 소각을 강제하고 위반 시 이사 개인에게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았다.
오 의원은 "그동안 자사주를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에게 처분해 지배력을 강화하며 시장을 우롱해온 관행을 멈춰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분명히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 역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적분할 시 신주 배정 금지를 통해 '자사주 마법'을 자본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하겠다"며 연내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재계는 즉각 "기업 생존권 위협"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법 시행 시 국내 상장사들이 강제로 소각해야 하는 자사주는 총 71조7000억 원에 달한다. 시총 상위권인 SK하이닉스만 해도 약 4조6000억 원어치의 자사주가 증발할 위기라는 지적이다.
김명선 상장협 경제조사팀장은 "자사주는 위기 상황의 재무적 완충 장치이자 전략적 자산"이라며 "강제 소각 시 미래를 위한 R&D나 설비 투자 재원이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 상장사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으며, 자본시장연구원은 법 시행 시 경영권 위협 노출 기업이 571곳에서 770곳으로 35%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갈등의 핵심은 '입법의 순서'다. 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경영권 방어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후속 입법으로 논의하자"며 '선(先) 소각, 후(後) 보완'을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과 재계는 '동시 입법'이 아니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대안과 책임' 토론회(27일)에서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일본처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 실효적 방어 수단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방어 수단 없이 소각만 강제하는 건 상법상 '금고주 제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자체 대안 법안을 내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예산안 처리와 연계된 '빅딜'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포이즌필' 일부를 수용하거나, 반대로 국민의힘이 예산안 합의를 위해 상법 처리에 협조하는 식의 시나리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