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겁은 나요. 그래서 더 많은 준비를 했죠." (동헌)
그룹 베리베리가 2년여 만의 신보로 돌아온다. 긴 공백기의 겁과 한(恨)이 담긴, 그래서 더 매력적인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 Found)'를 통해서다.
베리베리는 오늘(1일) 네 번째 싱글 '로스트 앤 파운드'를 발매하고 공백기를 깬다. 2023년 5월 발매한 미니 7집 '리미널리티 - 에피소드.드림(Liminality – EP.DREAM)'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의 컴백이다.
신보에는 타이틀곡 '레드 (베깅)(RED (Beggin'))'을 비롯해 수록곡 '엠티(empty)'와 '솜사탕 (블레임 어스)(Blame us))' 등 총 3개의 트랙이 담겼다.
발매에 앞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공백기 기간 각자의 멋이 생기면서 베리베리의 색깔도 짙어지고 다채로워진 거 같다"고 전했다.
멤버 계현은 "2년 7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깨 기쁘지만 오래 기다린 팬분들께는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 앞으로 행복할 일이 많기에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강렬한 콘셉트로 돌아오게 됐는데, 그만큼 임팩트 있는 활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Lost and Found'는 '잃어버리고 찾은'으로 직역할 수 있는데, 통상 '분실물 보관소'의 의미로 통한다. 베리베리는 이 표현을 앨범명으로 차용해 그간 분실한 것들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연호는 "공백기 당시 팬분들 만나지 못한 걸 분실했다고 하고 싶다"고 짚었고, 계현은 "공백기 동안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민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긴 공백기에 대해선 '겁'이라는 솔직한 이유를 댔다. 강민은 "점점 앨범 활동에 겁이 생기더라. 확신이 안 생기고 현실을 조금씩 깨달았다. 겁이 너무 많아서 앨범 발매도 하고 싶었지만 결국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그 기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향성을 찾았달까"라고 회상했다. 계현은 "동헌 형이 군대에 갔고 다른 멤버들도 쉬게 됐지만 의지가 완전히 꺾이진 않았다. 다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힌 시기였다"며 "각자 도전하고자 한 목표에 집중했다. 연기나 뮤지컬 등 개인 활동에 초점을 두고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연호는 "평소에도 관심 있던 뮤지컬을 했다. 혼자 다니다 보니 멤버들이 그립고,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서는 '이것만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베리베리 멤버들과 꿈꾸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돌아봤고, 연기에 도전한 강민도 "형들이 없다는 사실에 두려웠다. 형들이 있었으면 나 대신 채워주는 부분도 있을 텐데 드라마에선 혼자다 보니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지더라. 책임감이 커진 거 같다"고 짚었다.
홀로 섰기에 성장한 점도 많았다. 용승은 "연극을 하면서 마음가짐은 물론, 기능적으로 무대에 대한 이해도나 딕션, 표정, 몸 이용하는 법 등을 배웠다"며 "음악과 생판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무대에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숙소 한자리에 모여서 저희끼리 막 배운 점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의미 있는 공백기였다. 의미 없이 흘러갔기보다는, 한과 열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절차였던 셈"이라고 부연했다.
팀의 맏형인 동헌은 "휴가 나왔을 때 막막하더라. '멤버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방향성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 와중에 '보이즈 2 플래닛(이하 보플2)'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그 제의가 앞으로의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걱정도 많고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통해 감을 찾고 회복한 거 같아서 기쁘다. 멤버들도 옆에서 많은 응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실로 베리베리 동헌, 계현, 강민은 올해 화제 속 종영한 Mnet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보플2'에 출연, 뛰어난 실력을 증명했다. 특히 팀 막내 강민은 최종 9위에 오르며 대중에게 베리베리와 자신을 뚜렷이 각인했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최연장자였던 동헌은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었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멋있다고 느낀 게 요즘 친구들은 프로모션하거나 자신을 가꾸는 걸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자기를 직접 만들어가더라. 어린 친구들이지만 배울 게 많아서 제가 먼저 '영감을 어디서 받냐'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프로그램 출연은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그는 "군복무 중이기도 했고, 제가 연예계와 동떨어진 사실을 증명할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두려움이 컸다. 처음엔 안 하고 싶었는데 멤버들과 통화를 되게 많이 했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동생들이 얘기하더라. 결심하게 된 계기 역시 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서다.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주고 싶더라"고 설명했다.
용승은 "저희가 유튜브 라이브하면서 멤버들을 적극 응원했다. 정말 많이 이입했다. 같이 슬프고 같이 기뻐하고 무대 잘 마치면 저까지 안도가 되더라"며 "특히 강민이가 준비가 많이 돼 있고 자신이 있는 거 같아서 정말 응원했다. 배울 점 많은 막내니까, 어떻게 하든 강민이가 하고 싶은 대로 응원했다"고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강민은 '보플2' 녹화 쉬는 시간 잠든 모습이 포착돼 일각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만 강민은 담담하게 "아쉽지 않다. PD님들과도 많이 얘기했지만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의 차이다. 악의를 갖고 편집한 것도 아니고, 또 저는 그런 악플까지 좋았다"며 "악플을 포함해 모든 댓글이 제게 힘이 됐다. 또 이 악플들을 선플로 다 바꿀 거라는 의욕, 승부욕이 불탔다. 제겐 힘이 되는 터라 그 장면을 넣어주신 게 오히려 감사했다"고 밝혔다.
'보플2' 파이널 무대에서의 감정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강민은 "파이널 이후 연락도 많이 받으면서 얘기했지만 어떤 감정이었다고 설명하기는 아직도 어렵다. 분명한 건 아쉽지만은 않다. 아쉽기도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두렵기도, 후련하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설명하기 너무 어렵다"며 "부담감은 심하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시는데 팬분들이 원하는 행보가 모두 다르지 않나.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결국은 결과로 증명해야겠다. 나를 증명하면 결국은 좋아해주실 거라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베리베리는 최근 멤버 전원이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용승은 "조건처럼 상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고 웃으면서도 "멤버들과도 얘기도 많이 하면서 합의점을 잘 찾은 듯하다. 팀 베리베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새 뜻으로 앨범 내고 활동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인터뷰에서 체감한 이들의 시너지는 신보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계현은 "7년간의 활동에서는 개인보다는 팀의 멋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각자의 멋도 보여줄 수 있는데, 동헌 형이 아직 강박이 있다"며 "밖에서 보는 눈이 좋다. 칼군무를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고 웃었다.
용승은 "칼군무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기대도 있을 텐데, 공백기를 거치면서 그런 니즈를 잃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합을 맞출 때 딱 맞더라. 연습 과정에서 신기했다"며 "다만 개인 파트나 음색에 있어서 잘하는 걸 하면서 앨범 퀄리티를 통일성보다는 매력 중심으로 어필한 듯하다. 계현 형은 서정적이고 감정적인 보컬을 가감 없이 수록했고, 연호도 파워풀한 보컬을 팀에 맞추지 않고 내뱉는다. 저도 팀 메인댄서로서 제 색을 내려놓는 숙제가 있었는데, 계현 형의 조언으로 본인이 어떻게 보일지 능동적으로 고민했다. 저희 손길을 많이 거친 앨범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동헌은 "타이틀곡의 편곡 과정에도 참여했다. 곡 길이가 짧은 편인데 숏폼 세대도 공감할 수 있을지 회의를 많이 거쳤다. 좋은 결과물이 나온 거 같아 만족스럽다"며 "수록곡 역시 제작할 때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굉장히 맘에 드는데 '보플2'에서 인연이 생긴 윤민과 작업하기도 했고, 군 시절 함께한 동기 형의 친구분과도 작업하게 됐다. 좋은 인연이 쌓여서 곡 작업하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강민은 "저는 앨범 참여를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항상 숨어 있었다. 형들에게 맡기고 춤, 노래에 열중했는데 이번에는 주제조차 '한'이지 않나. 한을 잘 표현하기 위해선 어딘가 참여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뮤직비디오나 의상, 헤어 등과 관련해서 회사, 형들과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다"고 돌아봤다.
신보 발매에 앞서 서울, 홍콩, 도쿄에서 팬미팅을 열고 팬들도 만난 베리베리다. 공연장이 너무 작다는 원성까지 나올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강민은 "사실 회사에서는 더 큰 공연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가 저희를 못 믿은 것"이라며 "저는 그때 '보플2'에서 탈락하고 너무 의기소침해져 있었고 두려움이 앞섰다. 무섭더라. 팬분들로 못 채울 거 같았다. 그때 더 욕심 내볼 걸 후회되고 너무 죄송하다"고 고백했고, 계현도 "도전하는 게 두려우면 안 되는 직업인데 겁이 많이 쌓여 있었다. 그렇게 배운 셈"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베리베리는 아직 겁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다고도 했다. 강민은 "앨범 준비 과정에서 다들 좀 두려워 했다. 그런데 동헌 형이 멤버들을 불러서 '너무 조급해 하지 마라. 이번 앨범 나만 믿어달라'고 얘기하더라. 믿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저런 얘기를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다"고 했고, 동헌은 "사실 멤버들과 매일 얘기하지만 아직도 조금은 두렵다. 이번 앨범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야 할까 고민도 많다. 그래서 더 많은 준비를 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계현은 "무서운 상황은 있어도 곡이랑 안무에 대한 걱정은 없다. 너무 좋다고 저희끼리 많이 얘기했다. 지금 저희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활동이기에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강민은 "퍼포먼스가 많이 힘들다. 저희 무대를 보면서 '진짜 한이 맺혔구나' 체감하게 되실 거다. 한 자체를 안무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연호도 "연습생 때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한이 쌓였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성과라는 게 있지 않나. 저희가 생각했던 성과에는 못 미치는 시기가 곧 한이었고, 공백기를 갖게 된 것도 한이었다. 그걸 풀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앨범 관련 목표를 묻자 연호는 "우선 커리어 하이를 찍고 싶다. 또 오래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팀끼리 우정도 단단하고 팬들과의 관계성도 끈끈하다. 저희도 그런 그룹이 되고 싶다. 오래 할 기회가 끊이질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강민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관심이 사랑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걸 증명하는 앨범이 됐으면 한다. 또 나아가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공연장에서 한번은 무대 하고 싶다는 각오가 있다. 한을 풀고 나서는 청량 콘셉트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동헌은 "베리베리가 7년간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보여드렸는데 아직도 새로운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성장하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아직도 성장할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리베리의 네 번째 싱글 앨범 '로스트 앤 파운드'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