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 늘어나는데…치료 시기 관건 [e건강~쏙]

‘공격성 림프종’ DLBCL, 2차 치료부터 CAR-T 옵션 확보해야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혈액암은 혈액을 만드는 골수, 림프계, 조혈계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유형에 따라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으로 구분된다. 대부분 타 암종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긍정적인 예후에 중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재발률과 사망 위험이 급격히 커져, 조기에 활용할 치료 옵션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혈액암은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만성 염증, 바이러스 감염, 유해 화학물질, 방사선 등에 노출된 경험과 유전적 소인도 발생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 외에도 다른 암에 걸려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이차적으로 혈액암이 발생할 수 있다.

대장암과 폐암 등 고형암과 비교하면 혈액암은 전체 암 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하지만 절대적인 환자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호지킨 림프종의 아형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전체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30~40%를 차지하며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DLBCL는 진행이 빠르고 재발률이 높아 이른바 ‘공격성 림프종’으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DLBCL 환자 수는 2014년 7597명에서 2024년 1만4636명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DLBCL의 1차 표준치료는 단일클론 항체 리툭시맙에 항암화학요법 4종을 병용한 복합항암화학요법(R-CHOP)이다. 1차 치료로 약 절반의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30~50%는 재발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 2차 치료로 고용량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고령 및 기저질환 환자는 적용이 어려워 실제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크다.

국제 연구(SCHOLAR-1)에 따르면, 불응성 DLBCL 환자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약 6개월에 불과하다.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예후가 더 악화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윤석 고대안암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DLBCL 환자의 경우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라며 “효과적인 2차 치료 옵션의 부재가 환자들 간의 생존율 격차를 키우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지로는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CAR-T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면역 T세포를 활용하는 개인 맞춤형 면역세포치료다. T세포가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3차 이후 환자 대상 CAR-T 치료제로 사용할 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2차 치료 적응증을 확보하고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되는 CAR-T 치료제는 없으며, 비급여로 사용하면 환자가 수억 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는 DLBCL 2차 치료 적응증이 있는 CAR-T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도입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기 치료에 대한 환자와 의료계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최 교수는 “급여 기준으로 인해 많은 환자가 병이 상당히 악화한 뒤에야 CAR-T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라며 “이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해 조기 치료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CAR-T 치료를 2차 치료 단계에서 시행할 수 있다면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고 장기 생존은 물론 잠재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혁신 치료의 혜택이 국내 환자들에게도 신속히 닿을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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