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성주의 문학 선구자인 소설가 이경자, 창작 발레의 저변 확대와 국제무대 진출을 견인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그리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목소리 양희은 DJ 등 12명이 올해의 '서울시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7일 서울시는 서울의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운 시민과 단체를 기리는 '제74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자 12명을 발표했다. 1948년 제정된 이 상은 한국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시상되어 온 최고 권위의 상이다. 올해는 특히 각 분야의 거장과 신진 예술인을 고루 선정해 조명했다. 시상식은 12월 1일 개최된다.
올해 수상자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문학 부문 수상자인 이경자 소설가는 한국 문단에서 여성주의 문학의 지평을 연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작품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젠더 인식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 문학계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무용 부문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출신으로 현역 은퇴 후 국립발레단을 이끌며 창작 발레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한국 발레의 국제무대 진출을 견인하며 'K-발레'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술 부문의 황달성 금산 갤러리 대표는 다양한 전문가 아카데미와 국제적 감각의 전시 기획을 통해 국내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한국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미술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문화산업 부문 수상자인 양희은은 '아침이슬'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의 대모이자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통해 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진행자다.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문화 다양성을 증진한 점을 고평가했다.

국악 부문의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전통 창극의 현대화를 이끈 인물로 탁월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우리 소리의 품격을 높이고 대중이 국악을 더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헌신해 왔다. 서양음악 부문의 전기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바리톤이자 교육자다.
문화유산 부문의 손대현 무형유산(옻칠) 보유자는 전통 옻칠 공예의 맥을 이으며 이를 현대적 예술로 승화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단체로는 연극 부문의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열악한 환경의 연극인을 위한 복지와 창작 환경 개선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화예술후원 부문의 포르쉐코리아는 꾸준한 예술가 지원과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기업 메세나의 모범을 보였다. 독서문화 부문의 MBC '라디오북클럽'은 소수자와 약자를 다룬 도서를 조명하며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미래 문화예술계를 이끌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신설된 신진예술인 부문에선 무용 부문의 이루다, 문화산업 부문의 김한솔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분야별 전문가 52명으로 구성된 예비심사위원회의 심사와 3800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시민투표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공정성과 시민 공감대를 모두 확보했다.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시민 누구나 예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