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1곳 '서울 전력' 필요⋯수도권 '전력망 레드존' [전력대란의 징후]

AI 발전 못따라가는 국내 전력량
데이터센터, 서울 소비전력 맞먹어
전남ㆍ울산 등 지방분산 설립 요구
서비스 품질ㆍ용량ㆍ안정성 등 문제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천문학적인 전력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으며, 자칫 전력 대란(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415 TWh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 수준이다. AI로 인한 전력 소비량은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2030년의 AI 기술 도입으로 따른 전력 소비량이 약 945 TWh에 이를 전망이며 이는 2030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3%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AI 기술 발전 속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며 국내 전력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3년 12월 기준 총 150개로, 이들이 계약한 전력 용량은 총 1986MW에 달한다. 이는 1000MW급 원자력 발전소 2기와 맞먹는 규모다.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갯수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전라남도가 추진 중인 3G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서울시 전체 주택용 전력 소비량(인구 933만 명 규모)에 맞먹을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732개가 추가로 건설될 것으로 내다봤다. 732개의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설립되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전력 용량은 약 4만9397M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분(약 7%)까지 고려할 경우 이는 1000MW급 원전 약 53기를 추가 건설해야 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AI데이터센터 설치가 전력 생산과 전력망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에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수도권 전력망은 이미 ‘레드존’에 들어섰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데이터센터의 총 계약 전력 용량 1986MW 중 1600MW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또 현재 건축 허가를 받고 건설을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까지 합하면 향후 수도권에 필요한 전력 용량은 10GW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전력망 집중을 분산하기 위해 정부는 국내 기업들에 AI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에 오픈AI와 SK는 전라남도에, SK와 AWS는 울산광역시에, 오픈AI와 삼성은 경상북도 포항에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건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설립이 전력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설립이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도 거론된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데이터센터와 최종 사용자 간의 거리가 서비스 품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전력망 용량과 안정성도 문제다. 지방은 대규모 산업단지 외에는 기간 전력망의 용량이나 안정성이 수도권 대비 낮을 수 있다. 지방의 인력 수급 또한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비즈니스 자문회사 가트너(Gartner)는 “2027년까지 기존 AI 데이터센터의 40%에서 전력 가용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생성형 AI 도입을 위한 신규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급증이 전력 부족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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