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위헌 계엄 막지 못해 책임 통감…인생의 큰 멍에"

포고령 추정 문건 소지 정황에 "기억나지 않아"
"계엄 얘기 듣고 '멘붕'…부끄럽고 죄송"

▲ '내란방조 혐의'로 특검에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올해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 취재단 (이투데이 DB)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4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위증 등 혐의 사건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51분 법정에 입정해 오후 2시 2분께 증인석에 착석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처음 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정을 마치고 집에서 쉬는데 '윤석열입니다'라는 발신으로 전화가 왔다"며 "(윤 전 대통령이) 지금 들어와 달라고 했고, 주변에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무실에 도착해 '비상계엄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며 "깜짝 놀라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와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 달라'는 취지로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포고령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소지한 채 대접견실로 이동한 정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흐릿하다고 했다. 특검이 폐쇄회로(CC) TV 영상을 제시하며 "피고인이 가지고 나온 문건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 전 총리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계엄 얘기를 듣고부터는 '멘붕'(멘탈붕괴) 상태였고, 무엇인가를 보고 듣긴 했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이 부끄럽기도 하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건 소지 경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며 "나중에 CCTV를 통해 (국무위원들이) 방에서 나갈 때 앞에 있는 것(문건)들을 모아서 제 주머니에 넣은 걸로 인식했다. 재판장님도 'CCTV를 보고 어떤 생각이 나냐'며 아픈 말씀을 해주셨지만, 저는 정말 인지를 못 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소집·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며 참석 인원을 확인했다는 특검 측 주장도 부인했다. 그는 "당시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눈을 뜨고 있었지만 뭘 보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특검이 제출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김 전 장관과 국무회의 정족수를 확인하는 듯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며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CCTV 영상에는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한 전 총리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도 확인됐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전 송 장관에게 국무회의 참석을 재촉했다는 의혹에 대해 "(회의가) 너무 늦어지면 그냥 (계엄이) 선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 전 총리는 마지막 피고인신문에서 "국무총리로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느낀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제 인생에서 큰 멍에로 알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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