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25일 공동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내년 한국 경제와 금융·산업 전반 신용도에 부정적 압력이 확산해 은행·비은행·비금융기업 모두에서 하방 위험이 우세한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 경기 둔화, 신정부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다.
양 기관은 공통적으로 원화 약세의 구조화를 내년도 신용도 판단의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원화 약세는 반도체·조선·해운 등 수출 업종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하지만, 항공·철강·정유 등 달러 비용 비중이 큰 업종에는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무디스는 국내 은행 산업에 대해 '부정적(Negative)' 전망을 유지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소비-기업-금융시장'으로 이어지는 3중 경로를 통해 신용 리스크를 확대하고, 주택시장의 지역별 격차와 기업의 재무 부담 확대가 은행 자산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정민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관세 인상은 소비와 기업 실적을 약화시키고 금융여건을 경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며 “저금리 대출 확대와 정책대출 증가까지 겹치면 순이자마진(NIM)과 위험가중자산(RWA)에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캐피탈·카드·보험 등 비은행 업권에 대해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강화, 채무자 보호 정책 확대 등 거시정책 변화가 건전성 관리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도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이 성장을 뒷받침하지만, 고위험 영업 확대와 자본적정성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캐피탈사는 등급별로 실적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AA급은 오토 중심 포트폴리오로 수익성이 둔화되고, A급 이하 업체는 고수익 자산 비중 유지로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신용카드 업권은 소비 둔화, 가맹점수수료 인하, 경쟁 심화, 연체 증가로 수익성 저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김형석 한국신용평가 본부장은 “취약차주 연체율 상승과 잔존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정리 지연이 업권 전반의 가장 뚜렷한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비금융기업 부문에서는 석유화학, 건설, 철강, 이차전지 업종의 부정적 전망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저성장과 중국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2026년 산업 리스크의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제품 스프레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업황 회복 가능성이 제한적이며, 정부와 채권단이 추진 중인 구조개편이 기업별 신용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업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가운데 비우호적 사업환경이 지속돼 단기적 신용 개선 여지가 크지 않으며, 철강업은 중국발 과잉공급 압력과 전방 수요 약화가 겹치며 수익성과 재무부담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차전지 업종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훼손됐고, 이로 인한 순차입금 부담이 확대되며 신용여건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은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 효과가 이어지고, 반도체도 업황 회복과 고정비 부담 축소로 수익성이 반등해 상대적으로 전망이 견조한 업종으로 평가됐다. 방산은 안정적 수주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성과 신용도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산업군으로 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