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證, 외화RP 계좌당 1000만 달러 캡…발행어음 대비 해석도

메리츠증권이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에 계좌당 1000만 달러 한도를 새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사실상 상한 없이 달러 예수금을 외화RP로 운용해온 구조에서 초고액 자금에 대해서만 운용 한계를 명시하며 관리 장치를 보완한 셈이다. 최근 외화RP 수요가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발행어음 인가를 앞둔 메리츠증권이 외화 유동성과 조달 구조, 정책 환경을 종합해 외화RP에도 상한을 두는 조치를 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슈퍼365' 계좌의 외화RP 최고 매수 한도를 계좌당 1000만 달러로 제한하는 조치를 다음 달 19일부터 시행한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일정 기준 이상 달러 예수금이 있으면 금액 상한 없이 RP로 운용할 수 있어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대표적인 '달러 파킹 통장' 역할을 해왔다. 이번 개정으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상 큰 제약이 없지만, 100억 원대에 이르는 초고액 달러를 한 계좌에 외화RP 형태로 집중시키는 구조에 대해선 명확한 상한선을 두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외화 유동성·건전성 관리와 조달 비용·마진 관리가 맞물린 결과로 본다. 외화RP는 고객에게는 단기 투자상품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만기가 짧은 외화 부채다. 환율 상승과 서학개미 매수세로 달러 예수금과 외화RP 잔고가 함께 불어나는 상황에서 특정 대형 계좌에 외화RP 잔고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막고, 상품별 단기 조달 구조를 보다 정교하게 관리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약정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상 외화 투자처 수익률과 RP 금리 간 스프레드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는 구간에서는 증권사가 초고액 달러 자금을 무제한으로 받아 운용할 유인도 크지 않다. 계좌당 한도를 설정함으로써 고금리로 조달하는 외화가 일부 계좌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위험을 줄이고, 외화RP 운용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부여하려는 관리 강화 조치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앞두고 자금 및 리스크 구조를 손질하는 차원에서 외화RP에도 계좌당 한도를 도입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서 금융당국이 재무지표 못지않게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수준과 과거 제재 이력에 민감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 외화조달 수단인 외화RP에 대해서도 무제한 수용이 아닌 일정한 상한을 두는 것은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외화RP 자체의 총량을 직접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단기 조달 수단별로 관리 장치를 명문화해 두는 것이 인가 심사에서 참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상당한 규모의 추가 단기 원화 조달이 가능해지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외화RP까지 완전 개방형 구조로 두면 원화·외화를 막론하고 단기 부채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화RP에 계좌당 상한을 두면 리테일 달러 자금에 의존한 단기 외화 조달이 특정 계좌나 일부 고객군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을 완화하면서, 향후 발행어음 확대와의 균형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점권을 오가는 상황에서 개인 달러 예수금과 외화RP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며 정책·정치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개인 자금이 달러나 해외 투자로 기우는 흐름이 뚜렷해질수록 자국 통화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저하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서다. 이런 국면에서 외화RP를 앞세워 개인 달러를 공격적으로 끌어모으기보다는, 상품 구조상 한도를 명시해 초고액 자금의 쏠림과 집중을 일정 부분 제어하는 쪽이 규제·평판 리스크 측면에서 더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조치가 슈퍼365 계좌의 구조와 운용 방식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슈퍼365 계좌는 달러나 원화가 남아있을 경우 장 마감 후 자동으로 RP를 매수하고 다음 날 새벽에 다시 매도하는 일단위 자동 RP 투자 시스템으로, 회사 입장에선 담보채권을 하루에도 여러 번 샀다 팔았다 하는 거래가 반복된다. 슈퍼365 예탁자금 규모가 큰 만큼 자동 회전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계좌당 한도를 설정해 운용 부담과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슈퍼365 계좌에 한해 개인별 한도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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