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 업계 '카브아웃 딜' 명가
LG화학으로부터 워터솔루션사업부 인수
올해 3호 블펀 모집 성공…1조6000억 규모

국내 여러 대기업 그룹이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최근 비핵심자산을 활발하게 매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PE)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PE들은 대기업 그룹의 비핵심 사업 혹은 계열사를 인수해 정상화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업부 매각 거래(딜)을 '카브아웃(Carve out) 딜'이라 한다.
국내 PE 중에서 '카브아웃 명가'로 꼽히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해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1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LG화학으로부터 진단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과거에는 GS에너지로부터 인수한 도시가스 자회사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동양그룹에서 인수한 동양매직을 SK네트웍스에 각각 매각한 투자 성공 사례도 있다.
서세헌 글랜우드PE 부장은 글랜우드가 달성한 성과의 배경에 대해 "포트폴리오 임직원들을 단순히 피인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파트너로서 도전적이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돕는다"며 "조직과 문화 측면의 리스크가 줄어들어야 회사의 잠재력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크레디트스위스 홍콩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유니슨캐피탈(현 UCK파트너스)을 거쳐 글랜우드에 합류했다. 그는 올리브영, 피유코어 등 글랜우드의 대표적인 딜의 사후관리와 3호 블라인드펀드의 펀드레이징에 참여하며 하우스의 '젊은 축'을 담당해 왔다. 투자 철학에 대해서는 "좋은 PE 투자는 회사를 한 순간에 바꾸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다시 세워주는 일"이라고 했다.
서 부장은 글랜우드에 대해 "'코퍼레이트 카브아웃(Corporate Carve-out)'을 전문으로 하며 대기업의 사업부나 자회사를 인수해 독자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한 후 새로운 주주를 찾아주는 데 강점을 가진 하우스"라고 설명했다.
서 부장이 글랜우드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서 출발했다. 그는 "대기업 내부에서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자본과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탄탄한 기술과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업부나 자회사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런 회사들은 내부에 훌륭한 인재가 있어도 그룹 전체의 방침 때문에 승진이 누락되고,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그룹 공동의 구매·IT·경영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운영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글랜우드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가진 회사를 인수한 뒤, 필요한 자본을 투자하고 사업 성장에 적합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조직과 시스템을 회사 규모와 특성에 맞게 다시 설계해 본연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은 투자'와 가장 잘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카브아웃 딜 성과는 펀드레이징으로 이어졌다. 올초 3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시작한 후 반년 만에 1조6000억 원을 모집하며 조기 마감했다. 주요 출자자(LP)로 국내 기관뿐 아니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파빌리온캐피탈 등을 모집했다.
서 부장은 "카브아웃 전략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높게 봐주신 것 같다"며 "다양한 전략이 혼재된 한국 시장에서 한 영역을 깊이 파고든다는 점이 해외 LP들에게 신뢰로 이어졌고, 그 부분이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과거 수익률도 펀딩에 도움이 됐다. 1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9%,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MoIC)은 2.2배를 기록했다. 통상 PE들의 IRR 목표가 15~25%인 점을 감안하면 IRR 29%는 기록적인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카브아웃 딜은 대기업집단에서 사업부를 떼어 인수하는 딜이기 때문에 인수후 통합(PMI) 작업이 필수적이다. 글랜우드의 PMI작업은 재무 구조개선을 넘어 조직·시스템 재설계도 포함한다.
서 부장은 "대부분의 문제는 재무제표뿐 아니라 조직도와 인사기록 카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고 봤다. 그는 "비주력 사업으로 오래 남아 있던 조직은 공통적으로 동력이 떨어져 있다"며 "승진은 막혀 있고, 그룹 공용 구매·IT 시스템 때문에 실제 필요와 맞지 않는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 자본 투자까지 수 년 간 없었다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미래를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랜우드는 인수 초기에 승진과 KPI·인센티브 구조부터 고치는 편이다. 서 부장은 "개별 면담을 진행해 승진이 지연돼 있던 분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조직 구조도 회사 규모에 맞게 다시 설계한다"면서 "보너스와 인센티브도 '그룹이 잘 되면 받는 구조'에서 '내 회사가 잘 되면 받는 구조'로 바꾼다"고 말했다.
IT 시스템 및 전사적 자원 관리(ERP)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룹 ERP는 대부분 회사 하나 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과할 정도로 시스템이 많지만, 정작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능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글랜우드는 인수 후 직원들에게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물어본 후 안 쓰는 기능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솔루션을 얹는 데 비용을 쓴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투자해줄 필요가 있냐'고 놀랄 정도라고 한다. 서 부장은 "표면적으로 1년 간 투자하는 금액만 보면 큰 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과거에 하지 않았던 투자를 뒤늦게 한꺼번에 집행하는 것에 가깝다"며 "또한, 앞으로 회사가 성장해 나갈 것을 생각하면 결코 과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결국 포트폴리오 임직원들이 도전적이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결국 밸류업의 핵심이라는 철학이 초기 투자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글랜우드는 투자팀이 인수부터 인수금융, 펀딩, 사후관리 그리고 회수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진다. 큰 조직일수록 업무가 분절되거나 정보가 여러 파트를 거치면서 누락될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글랜우드는 한 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맡기 때문에 딜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파트너들부터 주니어까지 모두가 항상 동일한 정보를 공유한다. 새로운 정보를 모두 보고해서 번거로울 수 있지만,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다. 서 부장은 "정해진 날짜를 기다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투자심의위원회를 즉시 개최할 수 있는 구조여서 실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이런 체계 덕분에 시장 변화나 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높고,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져 운영 효율성이 좋다"고 말했다.
한 팀이 모두 움직이기 때문에 글랜우드는 모든 심사역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주니어라고 해서 단순히 자료를 만들거나 분석만 하지 않고, 각자의 시각과 견해를 가지고 논의에 참여한다. 서 부장은 "주니어들도 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 본인이 맡은 부분을 끝까지 생각하면서 스스로 다음 단계를 제시하는 태도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