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 센터 도비 대폭 삭감… “복지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퇴행” 비판

23일 사단법인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경자연)는 “장애인 예산 삭감은 곧 권리 삭제”라며 예산 원상복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앞서 경자연은 21일 낮 12시 수원 광교 경기도청 신청사 앞에서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예산 현실화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경자연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전국 각 지역 센터 활동가 등 5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2026년 예산안에서 도내 55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도비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복지 참사”라고 규정했다.
사회를 맡은 이민선 경자연권리보장위원장은 “경기도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예산뿐 아니라 장애인가족지원, 장애인쉼터 등 장애인복지 전 분야 예산을 무분별하게 삭감했다”며 “이는 장애인을 경기도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선언이자, 장애인 복지를 1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도정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송기태 경자연 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경기도는 60만 장애인의 삶을 짓밟고,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 한 칸으로 삭제하는 반인권적 조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송 대표는 “장애인의 삶을 후퇴시키는 모든 예산 삭감을 즉각 중단하고, 현실을 반영한 정당한 예산을 지금 당장 다시 편성하라”고 경기도에 요구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진형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장애인 자립생활은 베풂이나 시혜가 아니라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진 대표는 “그 권리를 지탱하는 예산은 경기도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며 “경기도가 이 경고를 외면한다면 60만 경기도 장애인을 넘어 대한민국 260만 장애인의 전면적 행동과 총력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재룡 센터장은 “경기도는 자립생활 예산뿐 아니라 자립생활체험홈 예산까지 삭감해, 탈시설을 준비하는 장애인을 다시 시설로 내모는 상황”이라며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의 일상 전반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퇴행적 조치”라고 우려를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2026년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예산 삭감 철회 및 현실화 △김동연 지사의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성명서에는 “경기도민을 향한 가장 약자를 겨냥한 복지예산 삭감 폭거를 멈추고 즉시 회복하라”, “현실을 반영한 정당한 예산을 반영해 2026년 예산 수립을 즉각 다시 실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 활동가 500여명은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가까운 추위 속에서도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일대를 돌며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과정에서 일부 구간에서 질서유지선을 벗어나 차로가 혼잡해지기도 했지만, 주최 측은 “단순한 교통 불편이 아니라 장애인복지 예산 삭감의 심각성을 도민에게 알리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쟁은 경기도 복지예산 전반 삭감 논란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도 본예산에서 노인·장애인·긴급복지 등 취약계층 관련 사업 214건 2440억원 규모 복지예산을 감액했다. 도의회와 장애계, 학계에서는 “홍보비와 행사성 예산을 그대로 두고 복지부터 손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을 “이재명 대통령 호위 예산은 늘리고, 도민 생존예산은 줄인 ‘이증도감’ 예산”이라 규정했다.
고준호 경기도의원은 “노인복지관 39억원,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 26억원 전액,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 25% 감액은 말 없는 약자부터 잘라낸 결정”이라며 “도민 복지를 상대로 한 눈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례적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낀다”며 “214건 2440억원 삭감이 지사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면 도정 시스템 붕괴의 자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는 “도내 노인상담서비스 이용자 증가와 높은 만족도에도 노인상담센터 예산을 전면 중단한 것은 취약노인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조치”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기도는 21일 경제부지사 명의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노인상담센터 지원비, 노인복지관 운영비 등 필수불가결한 예산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복지현장의 혼란과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복지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 필수 예산이 복원되도록 하겠다”며 “삭감된 예산은 최대한 복구하고, 추후 집행이 가능한 사업은 추경에서 반영해 경기도에 복지 후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계와 현장에서는 “복지예산은 나중에 메우면 되는 돈이 아니라 한번 끊기면 되살리기 어려운 생명선”이라고 거듭 경고한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은 “예산 공백이 길어질수록 당사자의 삶과 도정 신뢰에 남는 상처가 더 깊어진다”며 “취약계층 예산을 먼저 손댄 판단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한다.
경자연은 “예산삭감 철회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며 “향후 결과에 따라 더욱 민첩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와 정치권,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장애인 예산 삭감은 곧 권리 삭제”를 외치는 가운데, 경기도가 실제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잘라낸 예산을 되돌릴지에 도정의 ‘민생·복지’ 신뢰가 걸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