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노태문 투톱에 박홍근·윤장현 기술 브레인…AI·6G·양자·뉴로모픽 정조준
임원 승진 5년째 축소 기조 속 ‘슬림 인사’…30대 상무·40대 부사장 확대 전망
삼성전자가 정기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주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예고하면서 ‘이재용식 인사 기조’가 보다 또렷해지고 있다. 키워드는 ‘조직 안정’과 ‘기술·인재 경영’이다. 위로는 최소한만 바꾸고, 아래로는 미래를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21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작년 9명의 절반 수준인 총 4명에 그치는 소폭 인사였지만, ‘숫자 착시’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가 작아 보이지만, 그에 앞서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상설화하는 조직 개편이 먼저 있었다”며 “큰 수술을 먼저 했기 때문에 사장단 인사는 겉으로 ‘소폭’으로 보일 뿐, 실제 변화의 크기는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 이후, 삼성은 인물 중심의 ‘2인자 구조’ 대신 조직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로 무게추를 옮겼다. 기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전환하고 신임 실장에 박학규 사장을, 전략팀장에 최윤호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기술 축에서는 분명한 가속 신호가 나타났다. 전영현 부회장은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메모리사업부장으로, 노태문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 겸 DX부문장·MX사업부장으로 선임되며 투톱 체제가 복원됐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사업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표 타이틀만 올린 구조다. 잘 돌아가는 엔진은 손대지 않겠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직책을 내려놓고 반도체에만 집중하게 됐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와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동시에 제기되는 국면에서, DS부문을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에 힘을 실은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재무 개선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 회복인데, 전 부회장은 내부 엔지니어 조직의 신뢰를 다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은 ‘부회장 승진’ 대신 대표이사 카드를 받았다. 한종희 전 부회장 별세 이후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그를 정식 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올리면서, AI폰·XR·스마트홈을 잇는 ‘갤럭시 플랫폼’ 전략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시장에서는 노 사장이 연령·경력 면에서 차기 삼성전자 내 핵심 경영진 후보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직함보다 역할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축은 기술 인재 강화다. 삼성은 뉴로모픽·양자 분야 석학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SAIT 원장(사장)으로 영입했다. 26년 만의 외부 기술원장 발탁이다. 단순한 연구 조직 재정비가 아니라, 10년·20년 뒤를 보는 장기 투자라는 의미가 크다. 이처럼 기초과학 인재를 그룹 최상단 연구 조직에 앉힌 건 이재용 회장이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DX 쪽에서는 윤장현 부사장이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그는 삼성벤처투자 대표를 거치며 AI·로봇·바이오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삼성리서치가 AI 플랫폼 싱크탱크로 재편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시선은 이르면 24일 발표될 임원 인사로 향한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 규모는 2021년 214명에서 지난해 137명까지 5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도 인사 규모는 줄거나 비슷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신 AI·6G, 차세대 반도체, 양자컴퓨터 분야 인재에 대한 선별 등용은 계속될 전망이다.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대거 발탁하는 세대교체 역시 올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