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상승한 1477.1원(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마감했다.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의 최고치이자 지난해 말 불법 계엄 논란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1997년 외환위기·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서나 보던 1500원 선 진입도 가시권이다.
특히 이달 들어 상승 속도가 비정상적이다. 엔화가 이달 1.6% 하락했지만, 원화는 그 두 배 넘는 약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버블 논란 이후 외국인 차익 실현 매물이 급증한 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 겹치며 “한국이 먼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외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3조2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기간 10년 국채선물시장에서도 2만7700여계약(3조2000억 원 상당)을 순매도했다. 서학개미와 자산가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자본유출 확산 → 다시 환율 급등’이라는 악순환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이진우 GFM 투자연구소장은 “달러인덱스가 100 수준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는 점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자산가 해외이전 자본까지 겹쳐 환율 상단이 올라간 상태”라고 짚었다.
정부도 사실상 ‘총력 대응’ 시작을 선언했다. 기재부·한은·복지부·국민연금은 이날 첫 비공개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 기재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시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협의체에서는 △전략적 환헤지(환율이 일정 수준 넘으면 국민연금이 달러 자산 일부 매도)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650억 달러 한도)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연금 운용을 사실상 환율 안정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노후자산 훼손’ 우려와 스와프 거래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앞서 구윤철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환율 상승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정책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