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아파트 분양가가 최근 5년간 급등하며 ‘고분양가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천·분당에서는 강남 못지않은 분양가가 속속 등장하고 광명·안양 등지에서는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5억 원을 넘어서게 일반화되는 모습이다.
23일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21일 기준 경기도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4만 원으로 2020년(1446만 원) 대비 42.7% 상승했다. 전용 84㎡로 환산하면 약 4억7200만 원에서 7억4700만 원 수준으로 5년 새 2억 원 넘게 상승한 셈이다.
상승 폭이 큰 지역은 과천(151.9%), 광명(120.5%)으로 5년간 두 배 넘게 올랐다. 이 외에도 성남(79.4%), 구리(59.6%), 안양(49.6%), 남양주(46.5%) 등 서울과 인접한 주요 도시는 대부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과천은 올해 3.3㎡당 5992만 원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서울 강남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준강남권의 과천·분당에서는 ‘강남보다 비싼 비강남권 분양가’ 사례도 늘고 있다. 과천 주공7단지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아델스타’ 전용 84㎡는 최고 약 24억4600만 원, 분당 리모델링 단지 ‘더샵 분당 티에르원’ 전용 84㎡는 26억8400만 원에 분양되며 모두 평당 7000만 원을 돌파했다.
서울과 인접한 다른 지역들에서도 최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광명에서는 ‘철산역자이’ 분양가가 3.3㎡당 4250만 원, 전용 84㎡가 15억7600만 원으로 책정돼 지역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불과 3년 전 ‘철산자이 더헤리티지’(9억3400만 원)와 비교하면 6억 원 이상 상승한 셈이다.
DL이앤씨가 안양에 분양한 ‘아크로 베스티뉴’ 전용 84㎡는 최대 15억7440만 원에 공급하며 안양 최고가를 경신했고 ‘안양자이 헤리티온’은 평당 3400만~3460만 원으로 전용 84㎡가 11억4070만~12억9280만 원에 공급되며 만안구 신규 분양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수원에서는 ‘북수원 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Ⅰ’ 전용 84㎡가 발코니 확장 시 분양가 15억 원을 넘겼다.
고분양가에도 청약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히려 ‘고분양가=청약 흥행’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철산역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313가구 모집에 1만1880명이 몰리며 평균 37.96대 1, 정당계약을 시작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전 가구 완판됐다. 디에이치 아델스타 역시 평균 52.3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고공 행진하는 것은 아파트를 짓는 원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공사비 지수는 30% 이상 상승했다. 철근·콘크리트 등 자재비는 물론 인건비 부담도 계속 늘고 있다. 올해 9월 주거용 건물 공사비 지수는 130.34로 4년 전(114.76) 대비 13.6% 증가했다.
수급 불안도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다. 공급 절벽 우려 속에 “비싸도 결국 완판된다”는 학습 효과가 형성되면서 시장은 고분양가 흐름을 더욱 공고히 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경기권 분양가 급등의 근본 원인이 서울의 고분양가 흐름이 경기 외곽까지 번진 데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이 더해지며 분양가 인상 압력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만큼 분양가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이 시작되면 시장의 가격 상승 흐름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