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문턱 높다”…금융 선진국 진출 최대 난관은 ‘인허가 절차’ [K-금융 현장을 가다①]

금융권의 해외 도전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왔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축적된 경험은 이제 ‘K-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금융사들이 영국 ·싱가포르 같은 금융 선진국으로까지 시야를 넓히는 것도 세계 금융의 표준과 변화가 형성되는 현장에서 경쟁력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스테이블코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한국 금융권의 주요 과제 역시 이곳에서 먼저 진화한다. 금융사들의 해외 행보는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략 방향을 결정할 기준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미가 크다. 선진 금융 현장에서 포착된 변화의 흐름을 통해 K-금융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금융사 20곳 설문 결과
선진국 심사 기준 엄격
브랜드·인력 격차도 부담
정부 협력 채널 필요해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사업 확장 발판으로 미국ㆍ영국·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을 주목하고 있지만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규제·인허가 리스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 허브’ 일수록 심사 기준이 엄격해 시간·비용 부담이 커지고 브랜드 인지도나 현지 인재 확보 등 영업 기반 측면에서도 격차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해석의 일관성과 인허가 절차의 효율성이 선진 금융시장 진출 성패를 가르는 만큼 정부가 해외 감독당국과의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이투데이가 주요 금융사 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 선진국 진출 시 가장 큰 어려움은 ‘까다로운 규제·인가 절차(60%)’로 집계됐다. 초기 인가 취득 단계부터 요구 서류와 심사 항목이 대폭 늘어나고 감독 기준도 국내보다 훨씬 엄격해 진출 속도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해외 금융사가 영국에서 규제 영업을 하려면 ‘거버넌스·리스크관리·현지 운영감독 체계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싱가포르 통화청(MAS)도 사업 모델·지배구조·리스크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인 현지 법인 운영과 규제 준수 의지를 입증해야 인가 절차가 시작된다.

‘현지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부족(50%)’도 큰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금융사 대비 브랜드 파워가 약해 영업 개시 초기부터 고객 확보와 파트너십 구축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영국·싱가포르처럼 금융시장이 성숙한 지역에서는 진입 초기에 인지도가 사실상 비용으로 작용해 국내 금융사의 체감 난도가 더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답자들은 ‘글로벌 대형 금융사와의 경쟁(35%)’, 현지 전문 인력 확보 어려움(25%)’ 등도 난관으로 꼽았다. 일부는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는 점도 우려했다.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문은 ‘규제 당국 간 협력 채널 구축(80%)’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해외 감독당국과의 공식 소통 창구를 마련해 인가 절차를 사전에 조율하고 국가별 규제 해석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인가·승인 절차 지원(60%)’이 거론됐다. 현지 감독당국과의 사전 협의 채널 구축, 인가 요건 안내, 필요한 문서·준비 절차에 대한 가이드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현지 정보 제공·네트워킹(40%)’, ‘세제·외환 규제 개선(20%)’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A 금융사는 “아세안 등 신흥시장 진출과 달리 금융 선진국에서는 경쟁 강도와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면서 “단기 수익보다 브랜드·신뢰 구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금융 선진국의 경우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규제 수준이 높아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현지 금융당국과의 관계 형성과 정책·시장 정보 접근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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