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에 대해서는 사상 최저
10년물 日국채 금리 1.835%…17년 반 만에 최고치
21조엔 규모 부양책에 재정건전성 우려
‘대만개입’ 발언 따른 중·일 갈등도 영향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도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 중반 선까지 치솟으면서 엔화 가치가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엔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로도 크게 밀리면서 한때 유로당 181.43엔 안팎을 기록,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채권시장도 충격이 거셌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장중 1.835%까지 치솟으며 2008년 6월 이후 17년 반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일 대비 7bp(1bp=0.01%포인트)나 뛰면서 투자자들이 쏟아낸 매도 압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기폭제는 정부가 2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할 총 21조3000억 엔(약 199조 원) 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이다. 로이터통신은 민간자금까지 포괄한 총 사업 규모가 42조8000억 엔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무라 미라이 SMBC닛코증권 시니어 금리 전략가는 “민간자금을 포함한 경제대책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외환시장 개입 관측이 후퇴한 것도 엔 매도 현상에 불을 붙였다. 전날 열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생상의 3자 회동에서는 엔저·달러 강세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 등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는 것도 엔화와 일본 국채 동반 약세로 이어졌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FOMC 회의록에서 “많은 위원이 내달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명시했다.
시장에서는 경제 대책 발표를 계기로 주식·채권·엔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딥’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책 면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일본 자산을 전부 매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렉스 루 싱가포르 TD증권 매크로 전략가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형 예산안을 추진할 경우 일본 장기금리는 더 뛰고 엔화는 달러당 160엔 수준까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것도 시장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14일 자국민에게 일본으로의 여행을 삼가도록 경고한 이후 유학 자제 권고, 일본 영화 상영 중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정지,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중단 등 일련의 보복 조치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미르 안바르자데 어시메트릭어드바이저스 일본 주식 전략가는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며 “초기엔 시장이 다카이치 총리의 경기부양 기조를 환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익사할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2주간 기초적 재정수지(PB) 흑자화 단년도 목표를 철회했고 기업지배구조 지침을 주주 중심에서 전환하는 방향을 시사했다”며 “여기에 중국과의 외교 마찰까지 겹치며 일련의 정책·외교 리스크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