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돌봄 멈추고 지하철도 파업 준비…공공서비스 전방위 ‘비상’

“아이 점심이 쿠키라니…도시락 싸느라 새벽부터 전쟁”
“지하철까지 멈추면 출근길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20일 충북 청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이 간편식을 점심으로 먹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급식실부터 지하철 운영까지 공공서비스 핵심 영역에서 잇달아 쟁의권이 확보되며 ‘아이들의 밥상’과 시민들의 출퇴근길이 동시에 긴장 상태에 놓였다. 20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서울·세종 등 5개 시·도에서 급식과 돌봄이 중단되자 학교 현장은 급식 대체식, 도시락 준비, 돌봄 공백 등으로 큰 혼란에 빠졌고, 서울 지하철 노조들까지 파업 준비에 들어가며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 곳곳 급식실 멈추며 ‘대체식 점심’…학부모들 “간식 수준” 불만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기본급 인상, 명절휴가비 인상, 복리후생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첫날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인천·강원·세종·충북 지역의 다수 학교에서 급식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많은 학교가 빵·머핀·주스 등 간편식을 대체식으로 제공했고, 일부 학교는 쿠키·에너지바 같은 ‘간식 수준’의 식단을 안내해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세종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점심이 쿠키와 에너지바라고 안내문이 왔다”며 “아이에게 이걸 점심이라고 준다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다. 결국 김밥을 싸서 보냈다. 한창 먹어야 할 중학생에게 이런 식단은 사실상 굶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우유+카스텔라’가 점심으로 제공된다는 문자에 학부모들이 아침부터 단체 대화방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급식비도 다 냈는데 급식이 안되면 어쩌자는 거냐”며 “가뜩이나 물가도 오르고 시간도 없는데 파업이 길어져 따로 도시락과 간식을 챙기면 가계에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숙사 학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간편식’…“도시락 들고 학교로 달려갔다”

학교 급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숙사형 고등학교도 타격을 받았다. 한 학부모는 “아침·점심·저녁 모두 머핀·우유 비슷한 간편식만 나온다는 식단표를 보고 당장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갖다줬다”며 “고등학생은 하루를 빡빡하게 공부하는데 이런 식단으로는 체력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파업 여파는 유치원으로도 번졌다. 일부 국공립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간식 제공만 가능하니 점심 도시락 지참’ 안내를 보냈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출근 준비와 도시락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해 어려움이 컸다.

급식뿐 아니라 돌봄교실까지 중단되면서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은 더 커졌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는 파업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하교 후 도서관에서 머무는 것은 허용했지만 귀가 지도는 하지 않았다. 도서관 운영 역시 오후 4시 40분까지만 가능해 많은 학부모가 직접 데리러 가야 했다.

학부모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는 공감하지만, 급식·돌봄이 매년 파업 때마다 가장 먼저 중단된다는 점에서 큰 피로감을 보였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파업을 겪는다”며 “노동자들도 사정이 있겠지만 왜 매번 아이들 밥이 협상의 첫 카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수업 외 업무가 늘어난 점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교사는 “도시락 관리, 알레르기 확인 등이 늘어나 수업 자체가 흔들린다”며 “학생들도 제대로 먹지 못해 오후 수업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임금·복지 정상화 요구 쟁의행위 출정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하철도 파업 준비…“학교·지하철 동시 파업되면 시민 부담 더 커질 것”

학교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들도 파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1노조(민주노총)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83.53% 찬성, 2노조(한국노총)는 77.97%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3노조(MZ노조)는 21일까지 투표를 진행 중이다.

임금 인상률과 신규 채용 규모를 두고 노사 간 교섭이 모두 결렬되면서 파업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1·3노조는 이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즉시 파업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아직 실제 파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재형 서울교통공사 2노조 홍보실장은 “일단 파업이 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이번 투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고, 24일 중앙 간부회의에서 파업 일정과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인천 △강원 △세종 △충북 5개 지역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학비연대는 급식·돌봄 노동자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0만명이 소속된 조직으로, 교육 당국과의 집단임금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부터 4일간의 릴레이 총파업을 예고했다.파업은 17개 시·도에서 각 하루씩 총 4일간 진행된다. 이튿날인 21일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다음 달에는 4일 △경기 △대전 △충남, 5일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울산에서 파업이 예정돼있다.

연대회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 체계 개편 △임금 인상률 개선, 정근수당 지급을 통한 임금 격차 해소 △상여금 등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 및 17개 시·도 교육청과 총 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용자 측이 핵심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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