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르로 진화하는 김치
K푸드 열풍 타고 ‘메인스트림’ 진입
관건은 현지 식문화와의 결합
미식재료ㆍ소스 등 장르 다변화

최근 김치의 글로벌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수출에 나선 초창기 김치는 그저 ‘한국 대표 전통 음식’ 정도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김치는 면역력에 좋은 건강 발효식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 K콘텐츠 열풍이 더해지면서 김치는 곁들임 음식을 넘어 K푸드의 새로운 장르로 진화하고 있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김치가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일본이다. 2위는 미국이며 3위 네덜란드, 4위 캐나다, 5위 호주 순이었다. 김치 수출이 과거 일본·아시아 중심이었다면 이제 김치의 건강 기능성과 K콘텐츠 기반 K푸드 열풍이 미주·유럽·호주 등지에 김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김치 미국 김치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6.6%, 캐나다 19.8%에 이른다.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김치산업지능화본부 본부장은 “한식당, 아시안마트에 머물던 김치가 이제 코스트코 등 메인스트림에서도 인기”라며 “K푸드 열풍에 더해 다이어트, 장 건강 효능이 입증되니 유럽, 북미 중심 수요도 급증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치의 효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서 한국인들이 먹는 발효배추 등 발효된 배추를 먹는 국가의 사망자 수가 적다는 공통점을 밝혔다.작년 말에는 김치의 항비만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세계김치연구소 연구가 미국의 권위있는 건강전문지 ‘헬스(health)’에 소개된 바 있다.
김치 글로벌 경쟁력의 관건은 ‘확장성’에 달려있다. 서 본부장은 “어떤 지역에 야채가 풍부하다면 우리 양념류, 설비를 가져다 김치를 만들 수도 있고 밥문화가 아닌 곳은 김치를 활용한 일품요리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현지 식문화에 김치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잘 녹아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대표 기업들도 김치 수출 전략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1위 김치 기업 대상㈜의 정찬기 글로벌김치마케팅 팀장은 최근 열린 K푸드 포럼에서 “완제품 김치를 유통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 여러 음식에 사용되는 미식 재료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현지 셰프와의 협업을 비롯해 현지 공장에서 현지 농산물을 활용해 각국에 맞는 제품 생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상은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비고 김치’를 50개국 이상에 수출 중인 CJ제일제당은 김치 소스를 활용해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외식용 ‘만능 김치요리용 소스’로, 12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소스를 이용하면 품질편차 없이 다양한 김치 메뉴를 만들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 고객사 측에서 김치 후라이드 치킨 등 소스를 활용한 메뉴 개발 제안 등 긍정적인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미국 최대 유통사 월마트를 비롯한 4000여 개 매장에 입점,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풀무원은 한국에 있는 익산 글로벌 김치공장에서 생산한 김치를 미국으로 수출 중이다. 농심은 최근 K-라면 붐을 등에 업고 김치를 활용한 라면(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선보였고 다른 기업들도 소스, 양념 등을 선보이며 ‘김치의 세계화’를 확장하고 있다.
서 본부장은 “김치는 경험”이라며 “한 번 맛을 보고,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 그만큼 K콘텐츠 흥행 속 K푸드가 성장세를 보이는 지금이 수출을 위한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수한 종균을 활용한 한국 김치 제품 전반의 품질 개선, 배추 수급 조절 등을 통한 안정적인 생산 확보, 정통성 유지에서 기업과 정부, 연구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