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채권 금리 고공행진에 추가 부양 부담, 엔화 160엔 안착까지는 아닐 것
원달러 환율 연말까지 1400~1500원 등락 예상

원·달러 환율과 달러·엔 환율 흐름이 사실상 한 몸 같은 움직임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어 엔화 약세(달러·엔 상승)를 부추기고 있다. 슈퍼 엔저가 현실화할 경우 원화 역시 이같은 흐름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본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원·달러와 달러·엔 환율간 상관관계는 +0.64를 기록 중이다. 특히 7월 이후 상관관계는 +0.95에 달했다. 이는 달러 대비 두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며, 7월 이후엔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동행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장기화와 함께, 유럽발 재정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내지 축소 가능성 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분위기가 확산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선출 후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면서 엔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그러잖아도 약세 흐름인 원화도 추가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늘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10시20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57엔대까지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468원대를 기록해 나흘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13일 장중 1474.4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한 구두개입에 반짝 급락 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보통 위안화, 대만달러, 엔화 등 아시아통화와 같이 움직여왔다. 최근엔 엔화 동조화가 심한데 이는 캐리트레이드 성향이 비슷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즉, 일본은 전형적으로 해외투자가 많이 하는 나라이며, 한국도 최근 서학개미로 불리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고착화한다면 우리도 일본화가 고착화할 것”이라며 “이같은 현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엔화와 마찬가지로 원화도 (약세에서) 강하게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율이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와 수급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전망이 힘들다”면서도 “연말까지 원·달러는 1450원을 중심으로 상하단 5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기부양책이 공격적이진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19일 기준 일본 10년물 금리는 1.7665%를 기록해 2008년 6월 이후 17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조엔 이상의 경기부양책은 이미 예상했던 바다. 오늘 엔화가 157엔을 넘고 있지만 여기서 추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160엔에 안착할 모습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일본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추가적으로 재정을 풀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히려 향후 엔화 약세 심리가 꺾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원화에 대한 변수는 오히려 연준의 12월 FOMC가 될 전망이다. 금리인하 여부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그림을 엿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연말까지 원·달러는 정부의지를 확인한 이상 1480원을 넘진 않을 것이다. 하단은 1430원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