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전담 약사 인력 제도·수가 미비…“약사도 중환자실 회진 참여해야”

중환자 병상을 늘리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중환자들의 약물을 관리할 약사 인력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의약계 목소리가 높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약물관리 역시 복잡하고 난도가 높아 전문 인력이 부족하면 양질의 치료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병원약사회는 서울 영등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의료전달체계 변봐와 병원약사 역할 강화: 국민의 약물치료 안전과 중증·중환자 관리를 중심으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의사, 약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들이 일반병상을 감축하고 중증·응급·희귀질환 치료에 집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해당 사업은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47곳이 모두 참여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수술·중증 응급·소아 등 적합 질환 환자 비중은 지난해 1월 44.8%에서 올해 1월 52%로 7.2%포인트(p) 증가했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집중되는 중환자를 소화할 수 있는 약사 인력을 확보할 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중환자실에 전담 약사를 배치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고, 중환자실 약물치료관리에 대한 별도 수가 역시 없다. 의약품 사용 중재와 약물요법 관리가 중환자 치료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약사 인력 부족은 치료 성과에 치명적이라는 게 의약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2019년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약사가 없는 중환자실에서는 1000명당 190명이 사망했지만, 약사가 있는 중환자실에서는 1000명당 14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사의 존재가 42명의 사망을 예방한 셈이다.
미국임상약학회(JACCP) 연구에 따르면 중환자실 약사 1명당 12병상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병원약사회가 파악한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전문약사의 1명당 담당 중환자 병상 수 중간값은 지난해 43.5병상, 올해 41.7병상이다.
해외 주요국은 병원에서 중환자실 운영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약사 인력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중환자실에 특화된 약제 서비스와 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며, 영국은 ‘모든 중환자실은 지정된 약사가 있어야 한다’라는 원칙과 함께 병상당 인력 수준도 규정해놨다.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장은 “중환자실 등급제 항목에 약사 인력을 필수로 지정하고, 중환자실 약물치료관리 수가를 별도로 도입해 전담 약사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라며 “약물 부작용과 중복 처방을 줄이고, 환자 사망률과 재실 기간을 단축하면 치료 성과와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중환자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력, 장비, 공간, 시스템 모두 중요하다”라며 “한국 중환자실은 임상 약사를 포함해 여러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약사가 중환자실 회진을 함께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환자들의 치료 결과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원영 중앙대병원 중환자진료센터장(대한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 “현재 근무 중인 중앙대병원 중환자실은 안타깝게도 중환자실 전담 약사가 없으며, 중앙대병원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중환자실은 결코 안전하게 운영된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병원이 적극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도록 하려면 수가가 변해야 하고, 근무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라며 “전문약사를 포함해 의사 이외의 의료진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 명의 중환자라도 더 살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