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 시장이 중소형 딜을 중심으로 재가동되면서 연말까지 이어질 공모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에는 전례 없는 대어급 상장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노타는 상장 첫날 공모가(9100원) 대비 240% 이상 오른 3만1000원에 마감하며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훌쩍 넘어서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7일 코스닥에 입성한 이노테크는 상장일 공모가(1만4700원) 대비 300% 오른 5만8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했고, 두 번째 거래일에도 상한가(29.93%)로 마감했다. 큐리오시스 역시 13일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2만2000원에서 300% 오른 8만8000원에 장을 마치며 따따블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상장한 △세나테크놀로지 △그린광학 △더핑크퐁컴퍼니 등도 장중 공모가 두 배 이상을 터치하는 등 공모주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7월 IPO 제도 개선으로 한동안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일정이 끊기다시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의무보유확약 확대, 주관사의 인수 의무 도입 등으로 공모 구조를 다시 짜야 했던 예비 상장사들이 한동안 관망에 들어갔지만, 이달 들어 새내기주 대부분이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상반기 이후 주춤했던 공모주 강세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이 같은 온기는 연내 상장 일정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스팩·재상장을 제외하고 연내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주요 기업으로는 △씨엠티엑스 △비츠로넥스텍 △에임드바이오 △아로마티카 △세미파이브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테라뷰홀딩스 △알지노믹스 △쿼드메디슨 △아크릴 △리브스메드 △삼진식품 등이 있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이들 공모주 성적표가 내년 IPO 투자 수요와 기대감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증시 환경도 공모주 시장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고, K-뷰티·인공지능(AI)·핀테크 등 성장 업종을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교기업 주가 레벨이 높을수록 공모가 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선은 내년 빅딜 라인업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10조 원대 기업가치 '데카콘'을 목표로 국내외 증권사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친 상태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주관사단을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 다수의 K-뷰티 브랜드를 거느린 구다이글로벌도 최대 10조 원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과 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달 1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하며 세 번째 IPO 도전에 나섰다.
다만 7월부터 시행된 IPO 제도 개선으로 기관 의무보유확약 우선 배정과 주관사의 공모물량 인수 의무 등이 도입되면서 시장 잣대는 이전보다 엄격해진 상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시장 활황이 이어질 경우 전례 없는 대어급 IPO 행렬이 나타날 조짐이 있다"면서도 "강세장이라 하더라도 공모 구조와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 요구 수준은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기업별로 보수적인 몸값 책정과 합리적인 공모구조 설계가 필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