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교육 시점’이 금융이해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은 체크카드와 모바일 결제, 주식·코인 투자까지 경험하고 있지만 학교 금융교육은 여전히 ‘예금·적금’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물 교구 등을 중심으로 경제ㆍ금융 개념을 심어주기 위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초등학생에게는 부모를 통해 돈의 개념과 생활습관을 익히는 단계가 중요하고 중학생은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커지는 시기”라며 “고등학생에 이르면 금융지식과 실제 선택이 본격화되는 만큼 발달 특성에 맞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은 최근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들은 ‘금융’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이해력 상위 10% 초등학생 가운데 저학년 시기에 금융교육을 받은 비율은 13.7%로 하위 10%(6.9%)의 두 배에 달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전체 교육 경험률은 높아졌지만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 고학년에서도 상위층 31.9%, 하위층 19.0%로 절대 격차(12.9%p)는 더 커졌다.
학교 밖 금융교육 경험도 마찬가지다. 상위10%가 중위 50%나 하위 10%에 비해 초・중・고생 모두에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무엇을 배웠느냐’보다 ‘언제 처음 배웠느냐’가 격차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자기주도 탐색’의 영향력이 더 크다. 금융교육을 받은 학생의 이해력 점수는 평균 1.1점 높았지만, 직접 금융정보를 검색·학습해본 학생은 2.2점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강의식 교육이 아닌 탐색 경험이 금융문해력의 핵심 요인이라는 의미다.
고등학생에서는 금융정보 접근성과 이해력의 격차가 한층 더 뚜렷하다. 상위 10% 고등학생의 58.8%는 금융정보를 스스로 찾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하위층은 8.4%에 그쳤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금융이해력 양극화가 이미 구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의 분석 결과는 금융교육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현장 지적과도 맞물린다. 고등학생 85.9%가 체크카드를 쓰고 51.6%는 이미 본인 명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A 군은 “금융교육을 몇 번 듣긴 했지만 기억나는 내용이 거의 없다”며 “주식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친구들도 있는데 수업에서는 아직도 저축과 용돈기입장만 배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승인통계로서 청소년 금융이해력 측정 △초·중·고생 특성을 고려한 교육방법 재구성 △특성화 고교생·지역 청소년 금융교육 강화 등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가 금융교육 정책은 금융취약계층(장애인·다문화·북한이탈주민 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청소년 내부의 격차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청소년이라고 모두 같은 방식의 금융교육이 통하지 않는다”며 “관심도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과, 이미 투자와 정보를 찾아보는 학생이 같은 교육을 받는 구조에서 효과가 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