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여성 10~15%보다 높아
10년 전 동일한 조사 때 10% 머물러
동일 연령 남성은 19%만 이민 원해

미국 사회의 균열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전체 미국인의 20%가 “영구적인 해외 이민을 원한다”고 답했다. 젊은 여성은 그 비율이 40%에 달했다.
22일 인디펜던트지 보도와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미국 사회 특정 세대와 성별에서 뚜렷한 이민 의향이 관측됐다. 전체 미국인의 20%는 “기회가 된다면 영구적으로 해외로 이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특히 15~44세 젊은 여성들 가운데 40%가 영구적인 해외이민 의향을 밝혔다. 10년 전과 비교해 4배나 늘어난 규모다. 10년 전 같은 항목의 응답률은 10%에 불과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의 응답이 19%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느껴진다.
갤럽은 2000년대 이후 미국 사회의 이민 의향을 장기 추적해왔다. 이번 조사는 기존의 완만한 변화 흐름을 벗어나 급상승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도 작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래프의 전환점은 2016년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와 함께 정치적 극단화가 시작했다. 동시에 △불법 이민 단속 강화 △국가 정체성 분열 등의 정치적 이슈가 잇따랐다.
이어 2022년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리 폐기한 판결도 젊은 여성층에 제도의 불신을 키운 사건으로 평가된다.
갤럽은 “미국 여성들 사이에 ‘사회적ㆍ법적 자율성이 약해지고 있다’라는 감정이 퍼지고 있다”라면서 “미국 밖에서 더 나은 삶을 찾고 싶다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층의 이민 의향 증가를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다만 여론조사의 추이를 바탕으로 유추는 가능하다.
먼저 정치적ㆍ사회적 남녀 갈등 심화가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는 보수와 진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일부 여성 단체는 “미국이 더는 여성의 삶을 보호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총기 폭력과 여성 안전 문제도 이민 의향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꼽힌다.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여성의 총기 접근성은 압도적으로 높은 편. 이에 따른 불안이 장기적인 이탈 심리로 이어졌다는 게 갤럽의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의 특징은 미국만 유독 가파르다. OECD 통계를 비교하면 독일과 영국ㆍ캐나다ㆍ호주 등 선진국 젊은 여성의 이민 의향은 지난 10년간 10~15%대에서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이와 달리 미국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2016년 이후 그래프가 뚜렷하게 꺾여 오른 형태를 보인 셈이다.
의료와 보육ㆍ복지 비용이 많이 들고 여성 경력단절 위험이 큰 미국의 구조적 특성도 더 나은 환경을 향한 ‘탈미국’의 바람을 부채질했다.
이런 이민 의향의 변화는 향후 미국 사회와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층의 ‘탈미국’ 흐름은 단순한 이민 선호 통계가 아니라, 미국 사회가 일부 시민에게 더는 예측 가능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는 셈이다.
주요 싱크탱크는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5년 전만 해도 이런 수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라며, “지금 미국이 마주한 현실은 새 세대의 불안과 국가 시스템의 균열이 동시에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갤럽은 “미국 사회의 구조적 스트레스가 특정 성별과 세대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라고 결과를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