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적자 전환 후 체질 개선…5분기 연속 흑자 기반으로 R&D 전략 재정비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재무 구조를 정상화한 부광약품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로 도약하겠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임상 실패로 흔들렸던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파이프라인이 재정비되며 성과가 나타나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연구 계약이 잇따르면서 변화의 기류가 드러나고 있다.
부광약품은 18일 서울 동작구 중앙연구소에서 온·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연구개발(R&D) 전략과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콘테라파마의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 임상 2상 실패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올해 파킨슨병 아침 무동증 치료제 ‘CP-012’의 임상 1b상이 성공하고 글로벌 제약사 룬드벡(Lundbeck)과의 RNA 플랫폼 공동연구 계약 등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는 “JM-010 실패 직후 내부적으로 ‘콘테라파마를 계속 가져갈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컸다”며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역량을 집중한 결과 CP-012 임상 성공과 RNA 플랫폼 관련 글로벌 빅딜을 한 해에 모두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토마스 세이거(Thomas Seeger) 콘테라파마 CEO는 이날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CP-012와 RNA 플랫폼 전략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파킨슨병 환자의 50~70%가 아침 무동증과 야간 운동불능으로 고통받는다”며 “CP-012는 밤 시간대 복용 시 혈중 농도가 새벽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제제”라고 설명했다.
임상 1b상에서는 피크 농도 이후 일정 수준이 유지되는 지연방출 특성이 확인됐다. 세이거 CEO는 “임상 2상 진입에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CP-012는 기존 치료 패턴의 미충족 수요를 채울 수 있는 혁신적 후보”라고 강조했다.
콘테라파마는 파킨슨병 치료제 외에도 RNA 기반 플랫폼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 중이다. 현재 구축한 플랫폼은 △어택포인트 디스커버리(Attack Point Discovery) △올리고 디스크(Oligo Disc) △스플라이스 매트릭스(Splice Matrix) 등 세 축이다. 각각 신규 타깃 발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 후보 탐색, 저분자 기반 스플라이싱 조절 기술을 담당한다.
세이거 CEO는 “룬드벡과의 공동연구는 플랫폼 자체의 연구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적응증 확장 가능성도 커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부광약품은 RNA 플랫폼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콘테라파마에서 해당 플랫폼을 분리해 신규 RNA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3월 취임한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은 취임 후 6~7개월 동안 R&D 자산을 재정비해 △해외 R&D·투자 자산 선택과 집중 △신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확대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등 3대 전략 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부광약품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중심의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다양한 신약 후보를 확보해 왔다”며 “이제는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CP-012의 신속한 임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단독개발·공동개발·라이선스 아웃 등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위도 국내로 확대한다. 안 회장은 “국내 초기 기술에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대학·연구소의 기술을 적극 발굴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혁신신약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AI 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AI-바이오 투자펀드 참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콘테라파마의 상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JM-010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과거는 무리한 접근이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CP-012와 RNA 플랫폼까지 갖춰 환경이 달라졌지만, IPO는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전략적 투자자(SI) 유치, 공동연구, 라이선스 아웃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IPO를 위한 IPO’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