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30만원 확정…“양형 부당, 적법한 상고 이유 못돼”
…위험 감수해야 탈출이 가능한 상황”
“감금 본질은 행동 자유 구속,
물리적‧유형적 장해뿐 아니라
심리적‧무형적 장해도 가능해”
大法 “전면적 박탈까지 요하지 않아”
이웃을 괴롭히려고 책상과 테이블 등을 높이 쌓아 올린 정도가 주민 통행을 단순히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 자기 집 밖을 나오지 못하게 됐다면 감금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감금죄 혐의로 기소된 A(70) 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피고인 A 씨와 피해자 B(78) 씨는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 옆집 사는 주민들로, B 씨는 A 씨가 공용 공간에 물건을 쌓아 통행을 방해한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B 씨에게 앙심을 품은 A 씨는 지난해 4월 19일 오전 7시 51분께 B씨 주거지 현관문 앞과 공동 대문 사이 공용공간에 책상과 테이블은 물론 합판‧화분 등 가재 도구를 촘촘히 적치하게 된다.
A 씨는 B 씨가 유일한 출입문인 현관문을 열고 공동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물건 적치 행위가 단순한 출입 불편 행위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신체적 자유를 심히 곤란하게 하는 ‘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A 씨가 물건을 적치한 건 맞고, 괴롭힐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B 씨가 물건이 적치돼 있던 4월 19일 오전에 외출하고 밤에 귀가한 사실을 들어 “출입이 불편했을 뿐,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로 봤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 씨 물건 적치 행위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B 씨가 고령 여성인 데다 적치된 물품이 무겁고 키 높이로 쌓여 있어 위험을 감수해야 탈출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B 씨가 주거지에서 나오는 일이 ‘심히 곤란한 상태’였다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2심 재판부가 선고한 벌금 30만 원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감금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 부당을 사유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해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 한다”라고 지적했다.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이와 같이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장해는 물리적‧유형적 장해뿐만 아니라 심리적‧무형적 장해에 의해서도 가능하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
또한 감금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로 행동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하며, 감금에 있어서 사람의 행동 자유 박탈은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 태도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