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분야 제도 개선 과제’ 24건을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경협은 이번 건의서를 통해 △기업집단 규제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형벌체계 합리화 △산업-금융시너지 강화 등 공정거래법 운영상 주요 제도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을 정의할 때 먼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을 정한 뒤, 동일인이 단독 또는 관련자(특수관계인)와 함께 거느린 계열사들을 기업집단으로 포함한다. 이때 ‘동일인’은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규정된다.
한경협은 1980년대 도입·유지된 현행 동일인 지정제도가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자연인을 제외하고 법인 중심으로 동일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의사결정도 개인이 아닌 법인 이사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가 기업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경협은 법인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한경협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도 요구했다. 현재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자산총액 기준은 2009년 설정돼 현재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현실적 의미를 잃었다고 한경협은 주장한다.
실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약 78%가 규모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등 현행 기준은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집단까지 과도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한경협은 공정위가 올해 초 업무 계획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의 국민총생산(GDP) 연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 금액 방식의 현행 기준을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 기준’으로 조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회사 또는 해당 회사의 특수관계인에게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실무적으로 회사가 아닌 동일인(자연인)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일인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특수관계인 자료까지 확인·보고하도록 돼 있다.
현실적으로 동일인이 친족의 개인 재산이나 투자 내역 등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료가 누락될 경우, 그 법적 책임을 동일인이 부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한경협은 단순한 행정상 누락이나 착오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지정자료 제출의 법적 책임 주체를 ‘기업집단의 대표 법인’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