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장관, 한미 통상협의 관련 언론 인터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7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연 200억 달러의 투자금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을 우선하게 돼 있다며 투자금이 미국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도록 '터프'하게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해 '과락(科落, 어떤 과목의 성적이 시험 합격 기준에 못 미치는 일)은 면한 수준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미 투자금은 협의위원회가 고려한 것을 투자위원회에 건네주고 그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는 구조"라며 "깨알 같은 디테일 중 하나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은 한국 매니저가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우선하게 돼 있다"며 "미국도 우리 제조업에 도움이 없으면 제조업의 부흥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윈윈해서 양국 관계가 더 발전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원래 2000억 달러 전체가 투자되기로 했던 걸 연간 한도를 둬야겠다고 했다"며 "우리 측은 '연간 200억 달러' 선을 지키지 않으면 협상은 깨진다는 '딜 브레이커(deal-breaker)'로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률 5%로 단순 계산하면 200억 달러 정도는 정부가 외환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도 외환보유고 수익만 가지고도 충당이 가능한 정도"라며 "외환 당국과 협의해서 정한 금액이고 만약에 딜이 안 됐을 경우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 국회 비준 부분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법적으로 따지면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 비준은 안 받아도 된다"며 "앞으로 프로젝트 선정 등 진행해야 할 일이 많다. 비준을 받아야 한다면 권투선수가 링에 올라가는데 상대편은 자유롭게 하는 데 반해 우리는 손발을 묶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준을 받으면 국내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적 효력이 있다"며 "한미 협상 조문 중 5대 5로 배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비준을 한다는 얘기는 딱 5대 5로 지키라는 뜻과 똑같고 못 박는 꼴이 되기 때문에 우리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농산물 수입 개방에 대한 이면 합의는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쌀이든 소고기에 대해 전혀 이면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식품용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경우 간소화가 아니라 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미 효율화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상황이라 미국과 협의가 가능했던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향후 한미 협상 이후 과제와 관련해 "앞으로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과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정하는 것이 있다"면서 "자동차의 경우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하면 그달 1일부터 관세를 15%로 적용하는 것이 있다. 해당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적극적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을 '보이지 않는 경제 전쟁의 한 장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물리적 전쟁이 벌어지는 나라들도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충돌은 관세와 투자, 공급망을 둘러싼 경제 전쟁의 형태로 나타난다"며 "그 전선의 최전방에 서 있는 건 우리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산업의 힘이 커질수록 어느 나라도 쉽게 한국을 대할 수 없게 된다"며 "국민께서 우리 기업을 더 응원해 주시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국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제 남은 건 세부 프로젝트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어떻게 설계하느냐, 자동차 관세의 소급 적용을 위해 국회와 얼마나 빨리 법을 정비하느냐 같은 후속 작업"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결국 국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른 경기였다. 다음 세대 협상가는 더 평평한 운동장에서, 더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산업과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 당사자로서 '팩트시트'에 대해 "과락은 면한 수준 정도"라고 자평했다. 조선과 같은 산업이 더 있었으면 할 정도로 국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해당 점수가 야박하다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실력이라는 건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고 가진 게 있어야 해서 대통령님과 저도 우리나라가 국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조선업처럼 미국이 정말 아쉬운 업종이 몇 개만 있었으면 협상의 내용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