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첫 경제교육’ 나선 은행권⋯“예산 확충, 매칭 등 지원 시급” [금융교육 골든타임④]

보이스피싱과 고수익을 미끼로 한 불법 투자 권유가 메신저를 타고 오가는 사이 아이들은 보호막 없이 금융시장의 최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금융교육 정부 예산과 정책은 제자리에 묶여 있다. 지금 세대에서 금융 문해력을 키우지 못하면 다음 세대 전체가 금융사기의 상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번 기획은 '금융교육 골든타임'을 붙잡기 위해 예산과 제도,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짚어 '우리 아이 첫 금융교육'의 빈틈과 해법을 제시한다.

KB국민, 150만 명 교육…전국 최대 규모 운영
신한, 유아~청년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하나, 뮤지컬부터 글로벌 체험까지 콘텐츠 중심
우리, 버스를 학교로…“금융사각지대 직접 간다”
농협, 금융+코딩·AI 융합…금융 범죄 대응 강화

국내 금융회사들의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강의 중심에서 벗어나 뮤지컬·게임·인공지능(AI)·이동점포 등을 활용한 ‘체험형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금융 문해력 격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민간이 사실상 ‘아이들의 첫 금융 교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금융사들의 이러한 노력이 탄력받기 위해서는 예산 확충, 객관적인 효과 검증 체계 마련 등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KB금융공익재단을 통해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과 다문화·자립준비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경제금융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53만4964명, 4만2332회 교육을 진행했다. 대학생 봉사단 ‘폴라리스’가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운영 방식과 교재·동영상 콘텐츠 자체 제작이 특징이다. 2021년에는 여의도 신관에 경제금융교육 체험센터 ‘스타디(Star*D) 홀’을 마련했다. 금융교육 콘텐츠를 제작·운영하는 스튜디오 형태로, 영상 촬영 공간과 AI 체험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한은행은 생애주기별·계층별 금융 이해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취약계층 대상 특화 교육과 세대 맞춤형 금융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유아·초등생 대상 놀이형 금융수업부터 중·고등학생 진로·직업체험, 청년층 금융사기 예방·신용관리 특강까지 전 연령 교육을 운영 중이다. 연간 교육 규모는 5000명~9만 명 수준이다. 발달장애인, 자립준비 청소년, 고령층,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교육도 별도로 운영해 금융 접근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교육에 콘텐츠 산업을 접목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어린이 경제 뮤지컬 ‘재크의 요술지갑’은 2007년 시작해 올해 18년째다. 청각·시각·발달 장애 아동을 위해 수어·자막·음성해설을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버전’ 공연도 운영 중이다. 전 세계 35개국 청소년 100여 명을 한국에 초청해 딜링룸·위변조대응센터·브랜드 체험공간 등을 견학하는 ‘글로벌 금융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초등학생 금융교실 ‘하나둘셋 금융아놀자’는 키트·보드게임을 활용해 돈의 가치와 용돈관리를 직접 해보는 체험형 교육으로 진행된다.

우리은행은 이동점포 ‘위버스(WeBUS)’를 운영하며 지방 학교 현장으로 찾아가는 금융체험교실을 연중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저축·용돈관리 △신용과 부채 △금융사기 예방 등 실생활 중심 강의를 진행한다.

NH농협은행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금융·코딩 교육’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생성형 AI △금융 기초상식 교육 △AI 등 최신 IT기술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버스형 이동점포 ‘NH Wings’를 활용한 이동금융교육을 통해 소외 지역 학교를 찾아 은행원 직업체험·위조지폐 감별 등 실습 수업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어린이 금융사기 예방 비대면 교육 ‘나의 돈을 지켜라’를 신설하며 금융 범죄 대응 교육을 강화했다.

IBK기업은행은 IBK대학생금융봉사단이 멘토가 돼 금융소외계층 대상 금융교육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만1937명을 대상으로 세금·사회보험·금융사기 예방 등을 주제로 한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금융사기 대응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청소년 비정부기구(NGO)와 협업해 학생들이 도박을 게임으로 오해하는 상황과 돈을 빌리는 과정을 극화해 뮤지컬 형태로 구성했으며 참여형 퀴즈도 도입했다. 첫 수업은 지난달 30일 서울 대청중학교에서 진행됐다. 이달 말까지 수도권 12개 중·고등학교에서 순차적으로 교육이 이어질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직원들이 직접 나서 모바일 금융트렌드를 소개하고 모바일 금융을 악용한 청소년 대상 불법사금융 피해예방 교육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금융교육은 사회적 책임이자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교육은 취약계층 보호나 사기 예방 차원을 넘어 미래 고객과 평생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며 “경험 기반 교육이 자리 잡으면 금융의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금융 문해력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금융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참여형 교육 콘텐츠는 재료나 도구 제작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며 “정부·지방자치단체 매칭 방식의 콘텐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교육 효과를 평가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만족도 조사 외에 객관적 평가 체계가 없는데 금융문해력 평가 제도 도입, 인증제 신설 등은 교육의 품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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