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 대미투자’ 예산, 사실상 원점…예결위서 원상복구 가능성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이날 발표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사본을 열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가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후속 조치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1조9000억 원 규모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가 예산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대폭 삭감·보류됐던 이 예산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사에서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기금 등을 활용해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규모 대미 투자와 통상 리스크를 정책금융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구상 아래, 이 사업을 △한국수출입은행 7000억 원 △한국산업은행 6300억 원 △한국무역보험기금 출연 5700억 원 등 총 1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3개 사업 모두 ‘제동’을 피하지 못했다. 정무위원회는 한국산업은행 통상 대응 프로그램(6300억 원)을 절반 수준인 3150억 원만 반영했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한국무역보험기금 출연사업(5700억 원)을 1000억 원 삭감한 4700억 원으로 의결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통상 대응 프로그램(7000억 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원안대로 통과됐다. 다만 기재위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금액은 삭감하지 않되 법률과 기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적예비비로 예산안을 원안대로 편성하는 것으로 양당 간사 간 협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결소위)에선 이 사업이 다시 테이블에 오른 상태다. 예결소위에 참여 중인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기존 예산안이 3개 부처로 나눠 편성돼 있는데, (정부가) 대미투자공사를 신설하게 되면 3개 부처 예산을 완전히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며 “부처별로 예산이 편성돼 있는 건 (예산안이) 중복될 수 있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3개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이제 변화된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예결위에서 다시 검토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상임위 단계에서 쪼개지고 깎였던 예산이 공사 설립 구상과 맞물려 예결위에서 다시 ‘원점 재배치’를 논의하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대미투자 전담 ‘대미투자공사’ 신설을 전제로 예산 구조를 손질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은 일단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투자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투자를 집행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는 투자공사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본래 순서대로라면 ‘대미투자특별법’(가칭) 제정 → 공사 설립 → 예산 배정 절차를 밟는 게 정석이지만, 법정 시한(12월 2일) 안에 예산 처리를 마쳐야 하는 만큼 특별법과 예산을 사실상 동시에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예결소위 소속 여당 의원은 “내년 1월에 통과될 것 같은 법안은 미리 예산을 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전제로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임위에서 ‘깎인’ 1조9000억 원 패키지가 예결위 단계에서 원상복구 돼 대미투자공사 예산으로 재구성되는 식의 ‘재편성’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조선 협력 부분이 1500억 불이고, 실제로 조선사들이 대출과 보증을 통해서 도와 달라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보증만 대략 한 70% 정도를 요청했다고 가정하면 그 금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150조 내외가 된다”며 “3개년 정도로 해 그것의 보증 배수를 30배로 잡으면 5조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재정이 충분치 않으니 한 1.9조 정도면 일단 내년분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겠다고 해서 가산을 한 것”이라며 예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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