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둔화로 불황에 빠진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 확산의 정면 한가운데에 놓이면서 일자리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발주·재고관리·피킹·검수 등 반복·정형 업무가 AI 기반 운영 시스템으로 대체하며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복적·정형적 업무는 빠르게 자동화되고, 반대로 AI 설비를 다루는 기술직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유통업 내 노동시장은 새로운 양극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중 판매 종사자는 2023년 기준 262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명 줄었다. 지난해 판매 종사자는 10년 전(2013년)과 비교하면 45만3000명이나 감소한 수치다.
판매 종사자는 의류·화장품·가전제품·가구·음식료품 등의 판매원을 비롯해 카운터 계산원·캐셔 등 영업·판매직 등 주로 고객과 직접 대면해 영업하는 직종이다. 전반적인 산업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데다, AI 기술 확산 및 자동화·무인화가 산업 구조 변화에 더 속도를 붙인 것이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직원 수가 대폭 감소했다. 이마트는 2023년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2만 3000여 명으로 2019년 6월 말(2만 5000여 명)에 비해 2000명 넘게 줄었다. 롯데마트 직원 역시 1만 3000명에서 1만 900명으로 2000명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2만 3000명에서 2만 명 정도로 3000명가량 줄었다.
반면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기술 인력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지방 전문대·기술대학과 산학협력을 확대하며 AI·로봇·자동화 직무 인력 양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자동화·AI 설비를 운영하는 ‘오토메이션’ 기술인력은 올해 9월 기준 750여 명으로 지난해 1월 330명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대비로도 약 50% 확대된 규모다. 자율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로보틱 배거(Robotic Bagger) 등 첨단 설비 투입이 늘자 이를 유지·보수하고 최적화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CFS는 연말까지 180여 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며, 제천·부산·김천 등 전국 지역 거점에도 자동화 기술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AI 중심 경영 기조가 확산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식품 계열사 여러 곳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코리아세븐은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BGF리테일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비용 절감 목적 외에도 AI·데이터 기반 경영체계로의 전환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홈플러스는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