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점령하는 여의도…생산성 늘고 청년 일자리 줄었다

증권사 리서치에 AI 확산…한국투자증권, 3개월 1068건 자동 작성
AI가 대체하는 주니어 업무…RA·초년층 고용 구조 흔들려
당국·업계 “AI 도입은 불가피…금융서비스 전반으로 확산”

(챗GPT)

국내 증권사들이 리서치 생산성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반복 업무가 많은 주니어 직군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AI 대체 효과’가 증권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융권 AI 도입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제도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3개월간 총 1068개의 AI 리포트를 작성했다. 리서치 내용은 주로 국내외 종목 발굴에 집중됐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이미 리서치 작성 과정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AI 기반 리서치 시스템을 도입했고, KB증권 또한 AI를 활용해 실적 보고서와 컨퍼런스콜 요약 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AI가 투입되는 주요 분야는 실적 분석, 해외 시장 브리핑, 컨퍼런스콜 주요 내용 정리 등이다.

증권사들은 AI 도입에 따른 효율성 제고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람이 작성할 경우 수 시간이 소요되던 분석 작업은 AI가 표와 그래프를 포함한 초안 형태로 수십 분 내에 완성해 준다. 리서치 외 분야에서도 AI 활용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신한투자증권은 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AI 프라이빗 뱅킹(PB)’을 출시하며 서비스 영역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별개로 AI가 증권업의 노동 구조, 특히 반복 업무를 담당하던 주니어 직군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20만8000개가 AI 고(高)노출 업종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으며, 상당수(14만6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보고서는 AI가 경력이 적은 청년층의 정형화된 업무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에서는 리서치 어시스턴트(RA)가 담당하던 데이터 수집, 실적 정리, 기초 분석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융권 내 AI 도입 속도는 앞으로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금융 분야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8억4750만 달러에서 2024년 1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33년에는 104억330만 달러로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금융권의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어, 국내 확산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에서의 AI 도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권에서는 AI 기술 도입이 고객 서비스, 거래 업무, 내부 운영·감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당국도 AI 플랫폼 구축, 특화 데이터 제공,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추진하며 AI 도입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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