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금요일’, 외국인 2.3조 매도…코스피 급락 4010선까지 후퇴

(사진= 연합뉴스)

뉴욕증시 급락의 충격이 국내 증시를 덮쳤다. AI(인공지능) 거품 논란과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엔비디아·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가 폭락하자 코스피도 하루 만에 4% 가까이 밀리며 4010선으로 후퇴했다. 외국인이 2조3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며 국장을 떠났고 정부의 환율 안정 구두개입과 한미 공동설명자료(팩트시트) 발표에도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1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59.06포인트(3.81%) 내린 4011.5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4061.91로 출발했지만 낙폭을 키우며 오후 들어 401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지수도 20.47포인트(2.23%) 하락한 897.90으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를 짓눌렀다. 외국인은 2조3574억 원을 순매도하며 이달 들어 8번째 매도 우위를 기록했고 기관도 8995억 원을 팔았다. 개인만 3조2327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조 원 가까이 매도 우위를 보이며 현·선물 양방향에서 포지션을 정리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종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5.45% 하락한 9만7200원에 마감하며 ‘10만전자’ 지위를 반납했고 SK하이닉스는 8.50% 급락한 56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LG에너지솔루션(−4.44%)과 삼성SDI(−5.83%), 포스코퓨처엠(−4.99%) 등 2차전지 관련주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고 코스닥에서도 에코프로비엠(−5.88%), 에코프로(−5.07%) 등이 하락했다. 이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가 중국 판매 부진 여파로 6.6% 급락한 영향이 국내로 전이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급락장 속에서도 일부 조선주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한미 간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공개되며 조선업 협력 기대감이 커졌다. HD현대중공업은 3.17% 오른 58만6000원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 60만 원까지 상승했다. HD현대미포(3.36%), 세진중공업(10.94%), 대한조선(4.31%), HJ중공업(4.36%) 등도 동반 상승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AI 버블 논란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며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65% 하락한 4만7457.2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6% 내린 6737.49, 나스닥지수는 2.29% 떨어진 2만2870.36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3.56%), AMD(−4.21%), 팰런티어(−6.53%) 등 주요 AI 대표 종목의 낙폭이 컸다.

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과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7원 내린 1457.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1471.9원에서 출발해 1474.9원까지 오르며 전날 고점(1475.4원)을 위협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자 곧바로 1450원대 중반으로 급락했다. 이후 공개된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항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환율은 1452.0원까지 하락했다. 장중 변동 폭은 22.9원으로 5월 2일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 수급은 완전히 ‘이탈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2조3574억 원을 순매도하며 11월 들어 최대 규모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10거래일 중 8거래일째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누적 순매도 규모가 9조 원을 넘어섰다. 13일 하루 1조 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하루 만에 다시 대규모 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 자금이탈과 환율 불안이 맞물리면서 증시 전반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