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달러 조달 연간 상한 설정…한은은 시장개입 여력 확대 언급
비시장성 달러 조달 우선·미국과 조정채널 확보

한미 양국이 최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외환시장 안정 체계를 처음으로 명문화하면서, 한국은행도 시장 충격 대응력을 한층 강화했다. 한국은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해 달러를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한을 설정했다.
양국이 합의한 문구에는 한국이 전략투자 이행을 위해 필요할 경우 비시장성 조달 수단을 우선 활용하고, 달러 조달 시점과 규모를 조정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도한다. 한국은행은 환율 급변동 리스크가 커질 경우 이 같은 조치들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간 150억~200억 달러 규모는 해외 기채 없이도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는 한국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 것이라는 인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수개월간 가파르게 움직였으며, 한국은행도 "외환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개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발언은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의지를 다시 한번 시장에 각인시킨 셈이다.
이번 한미 협력문서와 한은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은 전략투자 확대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대규모 달러 수요로부터 원화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상한을 확보했다. 또한 시장 급변동 시 한은이 대응할 수 있는 명시적 권한 및 공조 채널이 강화됐다. 특히 이 모든 조치들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도화됐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원화의 무질서한 움직임(disorderly movements)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한미 문서에 포함됨으로써 한은이 강조해온 '질서 있는 환율 흐름' 원칙이 국제 공조 틀 안에서도 확고히 자리 잡았다. 시장에서는 이 표현이 기존보다 강해진 안정시그널로 해석되고 있다.
외환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한은이 시장개입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시장성 수단을 통해 달러 수급 과잉이 원화 약세로 직결되는 구조를 일부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은 총재 발언이 '변동성 확대 시 개입'이라는 직접적 표현까지 담고 있어 시장 심리에 안정감을 더한다.
과제도 있다. 상한선 설정 및 개입 의지 표명은 새로운 안정장치이나, 실제 달러 수요가 상한선을 초과하거나 시장 충격이 예상치를 넘는 수준으로 커질 경우에는 대응 여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 점에서 시장은 한은과 정부가 실제로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 간 합의 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구체적인 사항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결국 이번 협의와 발언은 글로벌 통상·투자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원화 시장의 안정적 기능을 유지한다는 공동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앞으로 한국은행과 정부가 이 새로운 틀 속에서 갖춘 수단과 실제 시장조작(개입·조달 조정) 사이의 실행력, 시장 반응, 그리고 외환·금융 충격 대응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