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임상 잇달아 진입하며 상용 기대감↑

인간의 생각만으로 기계나 컴퓨터를 움직이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로벌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임상 연구 성과가 잇따르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고, 실험 단계에 머물렀던 기술이 상용화를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BCI는 뇌 신경 신호를 읽어 컴퓨터나 외부 기기를 제어하도록 돕는 기술로 뇌에 칩을 삽입하거나 최소 침습 방식으로 신호를 측정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다. 뉴럴링크는 두개골 내부에 칩을 이식해 신경 신호를 실시간 감지하고 전신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커서나 로봇 팔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승인을 받았고 현재 5명의 환자에게 이식이 이뤄졌다. 성과가 나오자 투자도 이어졌다. 최근 6억5000만 달러(약 8900억 원) 규모 시리즈E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금이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달했다.
싱크론 역시 2억 달러(약 2700억 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확보했다. 싱크론의 ‘스텐트로드(Stentrode) BCI’는 두개골 절개 없이 경정맥을 통해 칩을 삽입하는 최소 침습형 기술이다. 미국과 호주에서 이미 10명 이상에게 이식됐다. 루게릭병 환자가 해당 기술로 아이패드와 애플 비전 프로를 조작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주목받았다.
프리시전뉴로사이언스는 우표 크기의 필름형 칩 ‘레이어7(Layer7)’의 초기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두개골에 1mm 미만 절개만으로 삽입할 수 있고 20분 내 수술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기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승인을 받아 의료용으로 제한해 사용 중이다. 미국 6개 기관에서 50명 이상 대상 장기 연구가 진행 중이다. 초기 환자 6명에서 언어 신호를 80% 정확도로 감지하는 성과도 나왔다.

국내에서도 BCI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관련 기업과 연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BCI 관련 과제를 국가 R&D 사업으로 확대하고 기술 표준 개발을 논의하는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와이브레인과 지브레인이 꼽힌다. 와이브레인은 산업부·KIAT의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 사업에 선정돼 KETI, KIST, 부산대, ETH 취리히,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과 함께 최소침습형 BCI 기반 사지마비 환자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산업부는 2027년까지 약 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브레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침습형 BCI를 연구하는 기업로 지난해 말 침습형 BCI 기술인 ‘대뇌피질전극’에 대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BCI 기업 대표는 “지금의 흐름은 분명 포텐셜 시그널로 볼 수 있다. 현재 뉴럴링크와 싱크론이 가장 앞서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임상에 진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과거에는 주로 정부나 공적 자본이 BCI 연구를 이끌어왔지만 뉴럴링크 등장 이후 민간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제 그동안의 연구·투자들이 실제 성과로 나타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