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부’ 르쿤, 메타 퇴사 후 새 스타트업 설립 계획”

메타 AI 연구 총괄 12년 만에 결별
저커버그 ‘초지능’ 전략과 철학적 이견
‘월드모델’ 기반 AI 시스템 개발 목표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 겸 메타 수석 인공지능(AI) 과학자.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 겸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수석 AI 과학자가 그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스타트업을 설립한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르쿤 교수는 향후 몇 달 내에 메타를 떠날 계획임을 주변 인사들에게 말했다. 또 새로운 벤처 설립을 위한 초기 자금 조달 논의를 시작했다.

그의 퇴사 소식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와 구글 등 경쟁사에 뒤처진 자사의 AI 전략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이뤄졌다.

저커버그는 르쿤이 2013년부터 이끌어온 기초인공지능연구소(FAIR)의 장기 연구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더 빠른 속도로 AI 모델과 제품을 상용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저커버그는 올여름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창업자 알렉산더 왕(28)을 영입하기 위해 그의 회사 지분 49%를 143억 달러(약 21조 원)에 인수했다. 메타로 이적한 왕에게는 새로운 ‘초지능(Superintelligence)’ 팀을 이끌게 했다.

저커버그는 이와 별도로 최대 1억 달러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며 오픈AIㆍ구글 등으로부터 인재를 잇따라 스카웃했으며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담당할 ‘TBD 랩’이라는 핵심 팀을 직접 구성했다.

그 결과 르쿤 교수는 이전에는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에게 보고했으나 이제는 왕에게 해야 한다.

FT는 저커버그의 AI 개발 방향 전환은 자사의 최신 AI 모델 ‘라마4’가 구글ㆍ오픈AIㆍ앤스로픽 등 경쟁사의 최첨단 모델보다 성능이 뒤처지고 챗봇 ‘메타AI’ 역시 시장 반응이 부진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짚었다.

더군다나 르쿤 교수의 AI 비전은 저커버그와 충돌한다. 르쿤은 저커버그가 전략 중심에 둔 LLM에 대해 “유용하지만 인간처럼 사고하고 계획할 수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가 이끄는 기초인공지능연구소는 단순히 언어보다는 영상과 공간 데이터도 학습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 기반의 차세대 AI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며 완전한 구조 확립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소식통은 르쿤 교수가 설립하려는 새로운 스타트업 역시 이 월드모델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르쿤의 퇴사는 조직 개편에 따른 잇따른 인사 이탈의 연장선에 있다. 5월에는 AI 연구 부문 부사장이던 조엘 피노가 퇴사해 캐나다 AI 스타트업 코히어에 합류했고, 지난달에는 연구 부문 인력 약 600명이 해고됐다.

한편 르쿤 교수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과 함께 AI 발전의 초석을 놓아 ‘AI 대부(Godfathers of AI)’로 불린다. 이들 세 명은 2018년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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