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韓성장률 0.9%로 상향...내년 성장률 1.8% 전망

▲왼쪽부터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KDI)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인 게 주된 상향 배경으로 작용했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 1.6%에서 1.8%로 높여 잡았다.

KDI는 11일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9%로 높여 잡았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와 같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1% 이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국제기구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경제통화기금(IMF·0.9%)과는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0%)보단 낮다.

KDI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건 미국의 관세인상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라 수출이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반도체 경기가 훨씬 좋았던 점이 상향 조정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이 대폭 감소하고 중국 내수 부진으로 대중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대만 등 아시아로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출 증가세와 교역조건 개선세가 유지되면서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 추세를 지속했다"고 부연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기존(1.6%)보다 0.2%p 높여 잡았다. 올해의 반도체 경기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정부의 확장적 정책 기조도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 부장은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예산안에 재정이 좀 더 확장적으로 편성된 점이 성장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보면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안 좋은 국면이었으나 하반기부터는 부진의 폭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안 좋은 폭이 조금씩 줄고 있고 내년에는 조금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투자는 위축되어 있지만, 소비가 개선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측이 깔렸다. KDI는 보고서에서 "건설수주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실제 건설로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면서 건설투자 감소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간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 정부 지원 정책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됐고 정부 소비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개선에 기여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내수 회복세에 따라 고용 여건도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는 올해 17만 명에서 내년 15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2.0%로 올해(2.1%)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향후 위험요인으로 통상협정 세부사항, 미국 내 법적 이슈 등을 꼽았다. 한미 무역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에도 여전히 주요 수출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적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최근 높은 환율이 지속하면 물가 상방 압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KDI는 보고서에서 "경기 개선으로 수요 측 하방 압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9월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환율 상승의 영향이 추가되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KDI는 재정정책은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확장적 정책 기조를 점차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생⋅고령화 등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조세⋅재정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구조적인 재정부담 확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경기 부진 완화와 물가 안정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현재와 유사한 기조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금리 수준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가운데 물가의 상⋅하방 위험을 점검해 나가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