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금리 연 4% 미만' 비중이 절반…3년3개월來 '최고'

9월 중소기업 대출 금리 4.05%…가계대출보다 낮아
연체율도 최고치…"은행들, 리스크 분석 능력 키워야"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절반의 금리가 연 4% 미만으로 떨어졌다. 시장금리 상승 국면에서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춘 결과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에 전가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연 4% 미만인 대출 비중은 52.8%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5.8%)와 비교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 6월(53.1%) 이후 가장 높다.

구체적으로 연 3% 미만 비중이 12.2%로 전년 동기(2.7%)와 비교해 4배 넘게 불었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선 6월 이후 매달 늘고 있다. 연 3% 이상~4% 미만 비중도 40.6%에 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는 4.05%로 전년 동기(4.74%) 대비 0.69%포인트(p) 하락했다.

2022년 5월(3.79%)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계대출 금리(4.17%)를 밑돈다. 담보가 확실해 떼일 염려가 적은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연 3.96%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시장 금리와 정반대 움직임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기준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2.55%로 최근 두 달 연속 0.01~0.03%p씩 올랐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부동산으로 향하던 '돈길'을 혁신기업으로 돌리기 위해 은행권에 중소기업 자금 지원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규모와 금리 수준 등을 평가하는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에 최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향후 5년간 508조 원을 공급하는 생산적·포용금융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관련기사 ▶[단독] 동반성장위 ‘상생금융지수’ 산출 착수…금융사 평가체계 마련한다

문제는 은행 건전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7%p 뛴 0.89%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담대 연체율(0.3%)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운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의 취지는 살리되 성장성과 상환능력이 검증된 기업 위주로 선별 지원하고 부실기업 정리와 건전성 관리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원정 금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유인과 은행권의 자율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금융안정과 경제성장 간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적 금융에 대한 자금 조달 여력을 확충하는 건 자산 건전성 악화, 위기 대응능력 약화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어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은행들은 잠재적 리스크에 관한 전문적 분석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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