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80인승으로 바뀐 취항기에…울릉주민 “1200m 활주로 불안”[르포]

설계변경 따라 300m 추가 연장 요구
국토부, 비용 1조 원 이상 추가 발생에 난색
“‘활주로 이탈방지 시설’ 등 추가 설치”

▲울릉주민들이 6일 경북 울릉군 울릉공항 건설현장 사무소 앞에 모여 활주로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짧은 활주로, 안전은 어디에?·활주로 연장 없이 안전도 없다.”

6일 경북 울릉군 울릉공항 건설현장 사무소 앞에 모인 울릉주민들은 1200m로 설계된 현 활주로 길이의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1500m로 300m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릉공항은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구조로, 당초 50인승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2022년 80인승으로 확대하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취항 예정인 기종 ‘ATR-72’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ATR-72의 경우 ‘최적의 기상조건’에서 1315m가 필요 이륙거리인 만큼 울릉공항 1200m는 짧다는 것이다.

또 울릉도의 경우 강수일수가 연간 144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데다, 강한 바람도 자주 불기 때문에 이런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월 감사원도 우천 시 제동거리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안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무안공항 사고 이후 군민이 활주로 안전성에 불안이 크다”며 “활주로 폭을 늘리지 않고 길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울릉주민이 이처럼 우려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쉽사리 활주로 연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활주로를 300m 연장하면 사업비는 최소 1조 원 늘고 공사는 3년 이상 지연되기 때문이다. 당초 울릉공항 총사업비인 8792억 원에서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고작 300m 연장에 이같은 비용이 드는 건 연장 구간의 수심이 60~70m로 깊어 추가 매립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상 활주로 길이만 늘릴 수 없어 현재 150m인 활주로 착륙대 폭도 280m로 키워야 한다.

울릉공항의 설계가 당초 ‘2C 계기(항공기 내부 계기에 따라 비행)’에서 ‘3C 시계(조종사가 눈으로 항공 지형·지물 등을 살피며 비행)’로 변경됨에 따라 결항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울릉공항 결항률이 설계 변경 전 8.27%에서 변경 후 23.37%로 15.1%포인트(p)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울릉항의 연평균 결항률(22.1%)보다 1.27%p 높은 수치다.

공항은 항공기의 날개폭과 최대 이륙거리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2C는 50인승, 3C는 80인승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이다. 3C로 등급을 상향하면서 설계를 변경했지만, 동시에 착륙대 확장으로 인한 사업비 추가를 줄이기 위해 기존 계기에서 시계로 활주로 설계를 전환한 것이다. 결국 공항 크기는 그대로 두고, 비행 방식만 바꾼 셈이다.

국토부는 설계 변경이 50석 이하 항공기가 단종돼 가는 소형항공운송사업의 시장 여건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 안정 강화를 위해 활주로 양쪽 끝 종단 안전 구역에는 당초 설계에 없던 길이 40m, 폭 38m의 ‘활주로 이탈방지 시설’(EMAS)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시계 비행 공항이지만, 관계기관과 협의해 계기착륙장치(ILS)와 진입등 등 항행안전·등화 시설 설치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0석 이하 항공기 단종 추세 등으로 항공기와 부품 수급 불안정이 우려돼 설계변경을 하게 된 것”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정책 효과를 평가한 후 전문가들과 보완ㆍ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릉공항 건설현장. (김지영 기자 kjy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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