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4일·농촌 3일'…‘체류형 쉼터’로 '4도3촌'이 빨라진다 [체류형 쉼터, 농촌소멸 막을 열쇠]

주 4.5일제·원격근무 확산…농촌을 ‘두 번째 생활지’로
정부, 농촌소멸 대응 핵심 전략으로 ‘체류 → 관계 → 생활 → 정착’ 모델 구축

인구는 줄고 마을은 비어간다. 청년이 떠난 자리엔 노인만 남고, 빈집과 폐교가 늘어가는 농촌은 이제 ‘소멸’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러나 주 4.5일제 논의와 원격근무 확산이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이 변화를 제도화한 ‘체류형 쉼터’를 추진 중이다. 하루 머무는 관광이 아니라 일하고 머물며 지역과 관계를 이어가는 새로운 생활 모델이다. 사람이 오가면 마을은 숨을 쉬고, 머무는 시간이 쌓이면 지역은 생기를 되찾는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본지는 기획 시리즈 ‘체류형 쉼터, 농촌소멸 막을 열쇠’를 통해 정책과 현장,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차례로 짚어본다.

주 4.5일제 도입 논의와 원격근무 확산 속에서 ‘도시 4일·농촌 3일’이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농촌에서 합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쉼터’ 제도를 본격 시행하며, 농촌을 단순히 여행지나 체험 공간이 아닌 ‘두 번째 생활지’로 확장시키는 전략에 나섰다. 일시 방문이 아니라 머무르는 시간을 확보해 관계가 형성되고 생활이 이어지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인구 감소와 공동체 약화로 인한 농촌소멸 흐름에 반전을 꾀한다는 목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체류형 쉼터 설치와 운영 모델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체류형 쉼터는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가설건축물로, 기존 농막과 달리 취사·숙박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연면적 33㎡ 이내에서 정화조·데크 설치가 가능하고,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통해 설치할 수 있다. 그동안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시도해도 법적으로는 ‘숙박’이 금지된 농막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이 처음으로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이 쉼터를 단순한 주말 체험 공간이 아니라 '농촌 정착의 전 단계'로 규정한다. 반복적으로 머물며 지역의 매장·시장·병원·학교·행사 등을 직접 경험해야 생활 적응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지역과의 관계망(관계인구)이 형성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개인 체류뿐 아니라 지역 단위 모델도 확산 중이다. △세컨드하우스형 주말 체류 △기업·프리랜서형 농촌 워케이션 △폐교·유휴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한 공공형 체류공간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체류 인구 증가가 로컬 상권 유지, 마을 서비스 지속, 농촌 공동체 재생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9월 18일 추석 연휴를 앞둔 농촌관광 준비 상황 및 체험 시설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전북 완주군 오성한옥마을을 찾아 마을 운영위원 등에게 현지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는 체류형 쉼터를 중심으로 ‘체류 → 관계 → 생활 → 정착’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제도적으로 설계해 추진 중이다. 체류 프로그램과 생활 적응 교육, 공동체 활동 연계, 정착 상담·지원 체계 등을 패키지로 연결해, 사람이 ‘머물며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체류형 쉼터를 지역 체험·교류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운영 모델을 확산하고,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생활 기반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소멸 대응은 어디선가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머물고 교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체류형 쉼터는 농촌과 도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새로운 생활 인구 기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류 경험이 지역과의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관계가 장기적인 정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착 지원, 생활 적응 프로그램, 공동체 활동 연계 등 후속 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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