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뷰' 142m 빌딩 가능해진다⋯대법 "서울시 조례 개정 적법"

서울시-국가유산청 2년 갈등 종지부⋯세운4구역 재개발 영향
"조례 개정 시 국가유산청과 협의 거치라는 상위법 규정 없어"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이 문화유산 인근 건설 공사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주변의 고도 규제 완화가 가능해지면서 세운4구역 등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제기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6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간 갈등이 불거진 지 2년여 만이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2023년 10월 '보존지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한다'는 문화재 보호 조례 19조 5항을 삭제했다.

서울시 조례상 국가지정문화재 보존구역은 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100m로 규정하는데, 이를 벗어나는 지역은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어 조례상 재검토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다. 서울시의회는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조례 개정 시 문화재청장과 상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을 어겼다"며 반발했다. 이후 문체부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의 요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개정 조례가 공포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대법원은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 규정되어 효력이 없는 조례를 개정 절차를 통해 삭제하는 것은 적법한 조례 제·개정 권한의 행사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사건 조례 조항을 개정하기 위해 국가유산청장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며 "이 사건 조례안이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쟁점은 '소의 이익'에 대한 여부였다. 문체부는 "해당 조항이 빠진 현행 조례 관련 규정은 효력이 없다"는 내용의 예비적(주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내놓는 주장) 청구를 추가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위법성을 문제 삼고 있는 해당 조항의 삭제 상태는 현행 조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이 사건 현행 조례의 재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의 이익을 인정했다.

다만 "원고가 현행 조례의 의결에 대해 참가인(서울시장)에게 재의 요구 지시를 거치지 않고, 현행 조례 그 자체의 무효를 구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예비적 청구는 각하했다.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종묘.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의 법령 위반 여부는 대법원이 직접 판단하는 단심제다. 이번 판결로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최근 세운4구역 종로변 건물은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변 건물은 71.9m에서 141.9m로 높이를 상향하는 재정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는데, 해당 부지에 최고 142m의 고층 빌딩 건설이 가능해진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권고 절차인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선행되지 않았고, 초고층 건물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전날 "세운4구역 빌딩 높이를 높이면 문화유산인 종묘에 그늘이 생긴다는 우려는 잘못된 시각"이라며 "세운상가를 쭉 허물어가면서 그 옆에 민간의 자본을 활용해서 빌딩들이 지어지고 재개발이 되는데, 거기에 빌딩 높이를 좀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공서나 문화유산이 있는 곳 주변의 건축물에 대해 높이 제한을 둬 권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가치 체계에 대한 새로운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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